거리두기 완화 후 첫 주말 17~18일 설악산 5만명 몰려… "등산 후 뒤풀이, 코로나 감염 최적 장소"
  • ▲ 지난 17일 새벽 설악산 오색탐방지원센터 앞. 등산객들이 새벽부터 입산을 위해 모여있다. ⓒ연합뉴스
    ▲ 지난 17일 새벽 설악산 오색탐방지원센터 앞. 등산객들이 새벽부터 입산을 위해 모여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이후 전국 곳곳에서 인파가 몰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을·겨울 코로나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당국의 '방역수칙 준수' 요구가 무시된 채 주말에 수만 명의 등산객들이 단풍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등 국민들의 방역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등산 보다 등산 후 뒤풀이가 코로나 확산의 사각지대라고 경고했다.

    19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후 첫 주말인 17~18일 양일간 설악산에는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토요일인 17일에만 3만여 명이 찾았고, 18일에도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집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가면서 주말 동안 '단풍 여행'을 즐기기 위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17~18일 양일간 설악산에만 5만 명 모였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방역수칙'을 상당 부분 지키지 않았다. 방대본은 17일부터 오는 11월 15일까지를 '방역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등산 시 가족 단위 등 소규모로 개인 차량 이용해 이동 △등산 시 마스크 착용 △다른 사람과 2미터(최소 1미터) 거리두기 △등산 이후 단체 식사 자제 등의 방역수칙을 제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가을철을 맞아 설악산 단풍이 짙게 물들면서 등산객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었다"면서 "대규모 관광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설악산에는 등산객들이 붐볐고, 등산·하산을 하면서 마스크를 턱 아래까지 내린 등산객들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청계산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북한산 등을 찾은 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등산객 대부분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가을·겨울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등산 같은 야외 활동에 따른 감염 위험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감염확률이 낮은 야외 활동에 안심하고, 뒤풀이 같은 활동에서 감염 확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날씨 추워지면서 바이러스 활개 칠 환경 조성"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등산의 경우 야외이기 때문에 실내보다 감염확률이 낮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등산 이후 뒤풀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등산을 하고 나면 대부분 뒤풀이로 근처 식당 등에서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이때는 좁은 장소에 여러 사람이 밀집해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주와 대화를 하다 보니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된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가장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뒤풀이는 피하고 집으로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날씨가 추워지면서 바이러스가 활개를 칠 환경이 점점 조성되고 있다"며 "지금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든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 이대로 방심하다가는 최악의 경우 스페인 독감처럼 10월 동안 어마어마한 대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기준은 일일 확진자가 50명 이하로 발생했을 때 격하되는 것인데 정부가 자체적인 기준을 무시하고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내렸다는 것이다.

    소비진작 쿠폰 등 정부 정책, 방역과 엇박자

    덧붙여 소비진작을 위해 발행하다가 우한코로나 재확산으로 발행을 멈췄던 소비진작 쿠폰을 재발행한 것 역시 방역당국과 정부의 행동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22일부터 공연·영화·체육 분야 할인쿠폰 배포 사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는데, 이런 방침이 우한코로나 방역에는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통일된 방역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편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 시각) 전 세계에서 우한코로나(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000만명을 넘었다. 앞선 16일에는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