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들이 엄벌 원해 실형 선고 불가피"
  • ▲ KBS 공채 출신 개그맨 박대승. ⓒ박대승 인스타그램
    ▲ KBS 공채 출신 개그맨 박대승. ⓒ박대승 인스타그램
    KBS 공채 출신 개그맨으로 서울 여의도 KBS 본사 건물 여자화장실과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대승(30)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부장판사 류희현)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상습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박대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4명과 합의했으나 피해자 대부분 '엄벌' 요구"


    재판부는 "피고인은 화장실과 탈의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피해자들의 탈의 장면이나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며 "계획적인 불법 촬영이 장기간 이뤄졌고, 범행 횟수도 많아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사생활, 특히 얼굴이 촬영물에 나와서 이것이 유포됐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야기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에 가는 걸 두려워 하는 등 일상 생활이 힘들어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이 엄벌을 원하고 있는 이상, 죄에 상응하는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 자수한 뒤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 중 4명으로부터 용서를 받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수한 사실을 감경 사유로 삼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수는 임의적 감경 사유에 불과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자수를 했다고 해서 이를 반드시 양형에 참작할 필요는 없다. 앞서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대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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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대승은 2018년 10월 16일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KBS 연구동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을 총 32회에 걸쳐 촬영했다. 박대승은 이 기간 몰래카메라를 비롯해 여성화장실에서 칸막이 위로 손을 뻗는 방법 등으로 여성들의 신체를 찍었다.

    또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동안 총 15회에 걸쳐 연구동 화장실과 신관 탈의실에서 용변을 보거나 탈의하는 여성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박대승은 이렇게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7개를 노트북 등 저장매체에 옮겨 휴대하고 소지했다.

    박대승은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여성화장실과 탈의실에 총 22회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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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KBS 소속 PD A씨가 지난 5월 29일 '개그콘서트' 연습실 이 있는 연구동 여자화장실에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카가 있다고 신고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날은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장기 휴방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인 날이었다.

    이후 박대승은 6월 1일 새벽, 영등포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이 몰카를 설치했다고 자백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박대승이 몰카를 설치하기 전,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것이 고스란히 찍혀, 이미 경찰이 박대승의 얼굴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6월 2일 박대승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같은 달 30일 박대승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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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세영)는 지난 7월 1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대승을 기소했다.

    박대승은 첫 번째 공판이 열린 8월 14일부터 선고 전날인 지난 15일까지 총 12통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냈다.

    박대승은 2018년 7월 KBS 32기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해 개그맨이 됐다. 공채 합격 후 1년간 KBS 소속으로 지내다 최근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KBS로부터 'KBS 희극인 6등급'을 부여받은 박대승은 지난 5월에도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