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초헌관' 임명국내 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끈 공로
  • ▲ 여성 최초로 '초헌관'을 맡게 된 이배용 한국의서원보존통합관리단 이사장. ⓒ뉴데일리
    ▲ 여성 최초로 '초헌관'을 맡게 된 이배용 한국의서원보존통합관리단 이사장. ⓒ뉴데일리
    우리나라 서원 600여 년 역사상 최초로 향사(享祀: 서원의 제사)에서 '첫 술잔'을 신위(神位)에 올리는 '초헌관(初獻官)'에 여성이 임명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까지 국내 서원 9곳(△안동 도산서원 △안동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진두지휘한 이배용(73·전 이화여대 총장)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다.

    여성이 제사 첫잔… 서원 600년 역사상 최초

    2006∼2010년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이 이사장은 제28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제16대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한국여성연구원장, 한국여성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국가브랜드위원회 2기 위원장으로 일할 때부터 한국의 산사·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해 온 이 이사장은 전통 사찰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과 '한국의 서원'이 2018~2019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꼽힌다.

    도산서원 운영위원회는 "한국 서원의 고유한 가치를 세계에 알렸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배용 이사장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달 21일 향사의 초헌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헌관(獻官)은 제사를 지낼 때 제관을 대표해 신위(神位)에 잔을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술잔을 올리는 순서에 따라 초헌관(初獻官)·아헌관(亞獻官)·종헌관(終獻官)으로 나뉘는데, 초헌관은 그 제사에서 대표격인 사람이 맡도록 돼 있다.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를 왕이 친제하는 경우에는 왕이 초헌관이 될 정도로 위치가 막중한 자리다.

    이배용 이사장, 10월 1일 도산서원서 첫 추계향사

    이배용 이사장이 여성 최초로 초헌관으로 참여하는 추계향사는 10월 1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상덕사(尙德祠: 퇴계 이황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에서 치러진다.

    당초 도산서원은 서원이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을 기념해 지난 3월 제향 인물인 퇴계 이황 선생 유덕을 추모하는 춘계향사를 봉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달로 향사를 연기했다. 30명이던 제관 규모도 대폭 축소해 17명의 소수 인원만 참여한다.

    올해 향사는 이 이사장 외에도 두 명의 여성이 제관으로 참여한다. 이정화 동양대 교수와 서원관리단 소속 박미경 씨가 각각 분헌관(分獻官)과 집사로 봉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