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더불어민주당 논평·추미애 압박 직후 수사 본격화… 윤건영·백원우 등 여권 수사는 무소식
  •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청사. ⓒ정상윤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청사. ⓒ정상윤 기자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마치 검찰총장이라도 된 듯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지시'를 내려 논란이다.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여당의 지시를 받들어 급하게 야권 인사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가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등 체면을 구겼다. 반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백원우 전 의원 등 여권 인사 관련 의혹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편파수사' 지적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순배)는 지난 25일 사업가 정대택 씨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조대진 변호사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씨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와 부인 김모 씨에게 소송사기를 당했다며 지난 2월 이들을 고소한 인물이다. 

    정씨는 윤 총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황 위원과 조 변호사는 지난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최씨와 김씨를 고발했다.

    중앙지검, 민주당 '수사 지시' 받들었나

    정씨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 시기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조사가 민주당의 언급 직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개입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냈다. 20일에는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이 이 보도를 근거로 최씨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신 대변인은 "비리의 정황이 담긴 단서가 국민 눈에는 보이는데 검찰 눈에는 보이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윤 총장의) 수사 의지를 본 적이 없다"며 윤 총장을 압박했다. 

    추 장관은 앞서 법사위에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법정의가 회복돼야 한다는 것을 검찰 구성원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와 이를 근거로 이뤄진 여당 논평, 여당의 총공세 이후 수사 본격화 등 일련의 과정이 마치 짠 것처럼 진행되는 행태가 '탄핵정국 데자뷔' 같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상 여당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지시를 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 아들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여권이 대응카드로 윤 총장 장모 문제를 꺼내들었고, 서울중앙지검이 이에 호응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성윤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장모 사건을 접수한 지 7개월 만인 지금 움직이는 것은 현재 추미애에 쏠린 시선을 돌리려는 여당 측 의도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씨와 함께 민주당이 거론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딸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도 속도를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추 장관의 대정부질문 이튿날인 15일 나 전 의원 사건을 기존 형사1부에서 형사7부로 재배당하고, 22일에는 문체부 소속 공무원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1일에는 나 전 의원이 회장을 맡았던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부실 수사" 논란도 일었다.

    여권 인사 관련 의혹은 감감무소식

    이와 반대로 윤 의원과 백 전 의원 등 '여권 인사' 수사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윤 의원과 백 전 의원은 노무현재단 부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국회에 허위 인턴을 등록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지난 6월 윤 의원과 백 전 의원을 고발했고,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에 배당됐으나 3개월 동안 아무런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 의원 관련 의혹을 제보한 김하니 씨는 지난 16일 "나도 공범이니 나부터 수사하라"며 서울남부지검에 자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밖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라임 사태'의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고발된 사건 역시 수사 진행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