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등 모든 수단 동원해야… 미국, 모래 속에 머리 파묻은 타조 같아" 조롱도
  •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처럼 우리를 등쳐먹은 나라는 없었다"라면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제조업 부흥 등을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끝내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중국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한 자리에서 '미·중 디커플링'을 향한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세계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하는가 하면, 미국을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에 비유하며 '디커플링'을 조롱하기도 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롱용투 전 대외무역경제협력부 부부장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2020 중국국제서비스무역박람회'에 참석해 "미국이 디커플링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공급망에서 현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롱 전 부부장은 "그 수단에는 WTO 같은 국제적 협의체도 포함되며, 세계경제와 깊은 연계를 유지하고 투자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공급망에서 중심 역할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 산업을 개편·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롱 전 부부장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당시 협상대표를 맡았다. 

    이에 천더밍 전 상무부 부장은 미·중 간 디커플링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천 전 부장은 "중국의 수출을 제한해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조치가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따른 미국의 관세가 20%가량 올랐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수입국이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천 전 부장은 "미국과 중국 경제를 떼어놓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행태를 그만두고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우시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경제위원회 부국장 역시 중국과 미국이 경제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리우 부국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정치적 유대가 4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지만 협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면서 "양국의 공조 없이는 세계화의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SCMP는 지난 8일(현지시각) "중국 정부는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며 "중국기업을 향한 미국의 적대감이 점점 높아지지만, 중국은 미국 금융기관 등 기업들에 '레드카펫'을 깔아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디커플링 우려가 중국당국을 압박한다는 뜻이다. SCMP는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내수시장을 전 세계에 개방헸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국제무역박람회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 중임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을 제조업 초강국으로 다시 만들 것이며, 중국 의존은 영원히 끝낼 것"이라며 "디커플링이 됐든, 아니면 내가 이미 해왔던 것처럼 대규모 관세가 됐든, 우리는 중국 의존을 끝낼 것이다. 더 이상 중국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디커플링 공언에도 미·중 간 교역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2218억64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2601억1700만달러에 비해 큰 폭의 감소는 없었다.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 7월까지 605억7600만 달러였으며, 전년 같은 기간 585억2700만 달러였던 것에서 소폭 상승했다.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대중 수출액은 604억1200만 달러였고, 대중 수입액은 2514억1700만 달러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로도 아직까지 양국 간 교역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