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유통시장 급성장→ 지오영→ 명지병원→ 캔서롭… 공공의대는 중앙의료원이 장악"
  •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합의서를 보고 있다. ⓒ뉴데일리 DB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합의서를 보고 있다. ⓒ뉴데일리 DB
    대한의사협회가 4일 정부·여당과 협상을 타결하며 의·정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이 문제는 코로나가 한풀 꺾이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공공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의료 4대 악법'을 밀어붙인 배경은 무엇일까. 상황은 2년 전으로 올라간다.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세부계획을 담았다. 종합대책은 단순히 공공의대 설립을 넘어, 전반적으로 국가의 의료 시스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 

    종합대책은 "현재 국립대병원의 지역 공공의료 책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그 개선방안으로 △ 시·도별로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정책적·재정적 지원 △국립대병원 복지부·교육부 공동평가로 공공의료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공공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설치 △ 시·도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국비지원으로 설치해 공공보건의료의 싱크탱크 기능 수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역별·권역별 의료시스템을 대부분 통제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또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가 교육협력병원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부실교육 비판이 안팎에서 거셌던 기억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국립중앙의료원(NMC, National Medical Center)을 교육기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文정부, 의료시스템 전반을 국가·지자체가 통제하겠다는 계획

    종합대책은 또 NMC를 '필수의료 국가중앙센터'로 역할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낸 법안에 따르면, NMC 원장은 공공의대 당연직 이사를 겸하게 돼 있다. 당연히 NMC 조직과 NMC 원장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결과가 된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발 입국을 금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던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방역실패 책임을 물으며 '의료계 비선실세'를 지적했다. 

    의협은 2월24일 성명을 통해 "지난 2월13일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집단행사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 방역조치를 병행해서 추진하라고 권고한 것은 명백한 정부의 실수"라며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게 자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이 지난 한 달간 정부 방역실패의 단초를 제공한 인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비선 전문가들'이 누구인지 의협이 콕 집어 밝히지는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정책을 지지해온 몇몇 의료인에 주목한다. 
  • ▲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의사로선 드물게 의약분업에 찬성하며 의사들과 사이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의료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로 평가된다. ⓒ뉴데일리DB
    ▲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의사로선 드물게 의약분업에 찬성하며 의사들과 사이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의료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로 평가된다. ⓒ뉴데일리DB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스승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실 부교수 출신이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이진석 실장은 의료관리학 교실에 진학하며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제자가 됐다. 김용익 이사장과 이진석 실장은 문재인 케어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역시 김용익 이사장의 의료관리학 교실 제자로, 충북 옥천군 보건소장을 거쳐 전남 순천에서 현대여성아동병원을 운영하다 2018년 국립중앙의료원장에 발탁됐다. 대단히 이례적인, 파격 인사였다.

    김용익 이사장은 제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민주당),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민주당 민주연구원장 등을 지낸 대표적 여권 핵심인사다. 

    지난해 10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한의사협회(한의협)와 청와대 간 정책거래 의혹과 관련한 국민 감사 청구를 감사원에 냈다. 한의협이 문재인 케어를 지지하는 대신 첩약 급여화를 청와대로부터 약속받았다는 것이었다. 

    최 회장은 "모 한의협 임원이 '김용익 이사장이 박능후 장관보다 실세다' '김 이사장이 청와대에 이진석 비서관을 꽂았다'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이 같은 소문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20년 전 김대중 정부에서 의약분업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의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의약분업에 찬성했고, 이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에 반대해 총파업으로 저항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 일로 인해 김 이사장은 의사협회 회원 자격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일부 의사들은 여전히 의약분업이 갈수록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본다. 

    김용익이 설계한 의약분업… 의약품 유통시장 비약적 성장 

    의약분업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분야는 의약품 유통시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유통시장 규모는 70조원대로 성장했다. 2017년에는 25조1000억원 규모였으니 2년 만에 3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의약분업 실시 직후인 2001년에는 3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공적마스크 유통을 백제약품과 함께 독점했던 지오영은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업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지오영의 매출은 무려 4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지오영과 명지병원의 관계다. 지난 4·15총선에서 주목받았던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신현영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였다. 신 의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인데도 감염병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1번을 받았다. 

    신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에 오를 때까지 근무했던 병원이 바로 명지병원이다. 지난 4월28일 공개된 지오영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명지병원을 운영하는 명지의료재단은 지오영에 61억8500만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 ▲ 올해 4월 28일 공시된 지오영 연결감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
    ▲ 올해 4월 28일 공시된 지오영 연결감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
    지오영~명지병원~캔서롭의 삼각관계 

    명지병원은 이왕준 이사장이 운영한다. 이왕준 이사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의대 83학번 운동권 출신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배금주 복지부 감사관과 함께 “능력있는 진보”로 꼽았던 인물이다. 

    현재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회장이자 인천사랑병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의료신문 ‘청년의사’ 발행인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또 진단시약 개발 및 판매, 유전자 검사 기술개발 등의 사업을 펴는 캔서롭의 대표도 맡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캔서롭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캔서롭 각자대표이자 지분율 6.1%의 최대 주주다. 

    캔서롭은 지오영과 사업상 밀접한 관계다. 지난해 2월 캔서롭은 지오영과 신약 유통 및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회사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캔서롭은 자사에서 개발 또는 권리를 확보하는 의약품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지오영에 부여하기로 했다. 

    캔서롭은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 회사로, 지오영은 올해 캔서롭의 재무구조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7월3일 캔서롭은 ㈜지오영, 이희구 동부약품 대표이사 및 지오영 회장, 조선혜 지오영 대표이사 등이 FI(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더벨'은 "지오영 측의 가세로 최대주주 이왕준 대표이사의 우호지분율은 기존 9.15%에서 13.23%로 상승했다"며 "이왕준 대표이사는 거래 재개를 위해 앞서의 지배구조 안정화를 비롯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캔서롭은 2015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가 지난해 4월 '감사인 의견 거절'로 거래정지당했다.

    캔서롭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큐센스 코비드19 아이지지·아이지엠 래피드 키트' 제조 허가를 받았다. 이 키트는 우한코로나 항체 진단에 사용되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생기는 특이항체를 검사해 즉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당시 회사 측은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첩약 급여화 빼고 文 의료정책 지지

    이왕준 이사장은 이번 우한코로나 대응을 위해 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비상대응실무단장을 맡았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중 첩약급여화를 제외한 나머지 3대 정책에는 찬성하는 처지였다.

    지난 7월23일 이 협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첩약 급여화'에는 반대 견해를 냈다. 

    한편, 4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여당과 합의서를 체결한 뒤 "오늘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의 중단 및 코로나19 안정 후 원점 재논의를 명문화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며 전공의 파업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협회 회원들이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 전원 불신임으로 맞서,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