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아베가 트럼프 가장 잘 다룬 정치인”… 볼턴 “아베 덕분에 트럼프 현실감각 지켜”
  • ▲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 총리의 손을 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 총리의 손을 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류하고 설득한 사람, 미국이 ‘인도·태평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만든 사람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밝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아베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감각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지난 28일 아베 총리의 사임 이후 국내에서 나왔던 비판론과는 전혀 다르다.

    “세계 지도자 가운데 트럼프를 가장 잘 다뤘던 아베”

    워싱턴포스트의 외교담당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지난 8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아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동맹이었다’는 칼럼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에서 가장 잘 다뤘던 지도자가 아마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을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일본의 안보는 누가 정권을 쥐던 간에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달렸다는 점을 아베 총리는 알고 있었다”며 “그는 일본과 미국에게 이익이 되는, 현명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미묘하게 트럼프를 다뤘다”고 이그나티우스는 설명했다.

    마이클 그린 국제전략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아베 총리는 자기 나라를 위한 전략이 명확했다”며 “미국 없이는 안보를 지킬 수 없는 일본은 누가 대통령이 되던 협력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이그나티우스는 전했다. 그린 선임고문은 아베 총리와 수십 년 동안 친구였으며 부시 정부에서 일했던 아시아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미군 주둔비용·대미무역흑자 강조하면 “일본 지켜줘서 고맙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만나면, 일본의 대미무역흑자,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면서 한바탕 연설을 했다. 그럴 때면 아베 총리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가 끝나면, 주일미군 없이 태평양을 지킬 경우 미군이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을 써야할지 상기시키며 “미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거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을 지켜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 지난해 5월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의 한 골프장에서 회동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5월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의 한 골프장에서 회동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베 총리는 그 연장선상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했다고 이그나티우스는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또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주장, 미국이 해양 전략을 바꾸도록 하는데도 아베 총리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이그나티우스는 덧붙였다. 이그나티우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늘 아베 총리가 요청한 대로 움직였다”고 평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아베 집권 시기의 일본은 미국이 바라던 만큼-아니면 그보다 더 안정적이고 튼튼한 동맹국이었다”며 “자신의 가치만큼 관심을 얻지는 못했던 지도자(아베)에게 감사할 때”라며 그의 사임을 아쉬워했다. 그는 또한 “아베의 퇴임은 미국의 안보가 훌륭한 동맹에 달려 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트럼프를 현실에 묶어놨던 아베가 그리울 것”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8월 29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현실에 묶어놓았던 지도자”라고 아베 총리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아베 총리의 안보에 대한 시각을 높이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안보에서 특히 두 가지 주제를 중요하게 봤는데 하나는 장기 전략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단기 전략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및 운반수단(미사일) 개발을 막는 것이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주장한 덕분에 일본과 인도, 호주, 미국으로 대중국 포위전선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관계에 빠져 길을 잃지 않도록 현실과 가까운 곳에 묶어두는, 무거운 쇠사슬 같았다”고 추켜세우며 “그의 후임자도 아베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