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처음으로 남중국해 관련 제재 발표… 불법 인공섬 연루 중국기업이 대상중국, 남중국해로 DF-21D 등 미사일 발사… 디플로맷 "군사충돌 각오한다는 신호"
  • ▲ 미군이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인근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은 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꼽힌다. (사진=미공군 영상 캡쳐)ⓒ뉴시스
    ▲ 미군이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인근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은 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로 꼽힌다. (사진=미공군 영상 캡쳐)ⓒ뉴시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됐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남중국해·황해·보하이해에서 대규모 통합 군사훈련을 벌이던 26일(현지시각) 미국은 처음으로 남중국해 관련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미군의 정찰활동을 빌미 삼아 중거리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미국의 '디플로맷'은 이를 두고 "미국과 군사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각) "2013년부터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3000에이커(1200만㎡) 이상의 인공섬을 건설해 주변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주변국들의 주권을 짓밟으며 막대한 환경파괴를 초래했다"며 관련 기업을 제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기업은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 등 24개 중국 국영기업이다. 

    美, '남중국해 인공섬 연루' 기업·개인 제재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CCCC는 파괴적 준설작업을 주도했으며,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전략에서 활용하는 대표적 국영기업 중 하나"라며 "CCCC와 그 자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부패, 약탈적 자금조달, 환경파괴, 그리고 기타 부정에 관여해왔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중국이 CCCC 등 국영기업을 팽창정책을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강압적인 행동을 중단할 때까지 행동을 계속할 것이며, 불안을 초래하는 이 같은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파트너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인공섬 건설에 연루된 개인은 미국 입국이 불허되고 그 직계가족은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이날 제재 발표는 미 국무부와 상무부가 함께했다. 월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2016년 7월 상설 국제재판소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이 필리핀의 주권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으며, 오늘 제재 명단에 추가되는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이 섬을 군사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제재 대상기업에 물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말싸움으로 안 끝난다… 美, 동남아 국가들에 신호 보낸 것"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익명의 고위관리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에는 최근 5년간 미국과 교역액이 5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곳이 많다"며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다만, 제재 기업 대부분이 다리·댐 건설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일대일로 사업에 깊이 관여하는 업체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이들 기업의 참여 의지를 꺾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남중국해 전문가인 그레그 폴링 박사는 "이번 조치는 제재 대상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동남아시아 파트너 국가들에 미국이 말싸움만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첸샹마오 중국 남중국해연구소 연구위원의 견해를 인용해 "미국의 이번 제재가 중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 반대하도록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항의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치가 "국제법과 국제관계에 관한 기본 규범을 위반한 패권적 행위"라며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중국의 국익과 중·미관계를 침해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은 크기가 여의도 면적의 4배가 넘는다. 중국은 이곳에 3km 길이의 활주로, 대형선박 입항용 부두, 기상관측소 등을 설치하고 군사기지화했다. 
  • ▲ 지난 5월 28일(현지시각) 미 해군 제7함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 지난 5월 28일(현지시각) 미 해군 제7함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USS 머스틴(DDG 89)전함이 오늘(28일) 국제법에 따라 파라셀 제도에서 항행 권리와 자유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USS머스틴함의 모습. 사진출처: USS머스틴 페이스북. ⓒ뉴시스
    中, 중거리미사일 남중국해로 발사… "군사충돌 각오한다는 것"

    한편, 남중국해에서는 연 이틀 미·중이 서로 무력시위를 통해 상대국을 자극하는 양상을 보였다. 25일 미국이 U-2 정찰기를 띄워 보하이해에서 훈련하던 중국 인민해방군을 자극하자 26일 오전 중국은 미 정찰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며 중거리미사일을 남중국해를 향해 발사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중거리미사일은 각각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21D와 최대 사거리 4000km인 DF-26B"라고 전했다. 두 미사일 모두 미국이 동아시아 인근 해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지역거부'(Area Denial)전략의 핵심무기다.

    이에 미국은 남중국해 상공에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를 띄웠다. 코브라볼은 원거리에서도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궤적을 추적하는 정밀 레이다 장비를 갖춘 정찰기로 전 세계에 3대뿐이다.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중국의 결단에 도전할 경우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미국과 역내 강대국들에게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