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력, 독보적 우위 아냐… 사이버공격·비대칭전력으로 무력화될 수도""각국 역할 강조하는 게 아메리카 퍼스트… 반중 베트남 지원하는 것이 좋은 사례"
  • ▲ [바이코누르=AP/뉴시스] 존 레이먼드 미국 우주사령관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미국의 위성을 표적으로 한 공격용 위성을 쏘아올렸다고 비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러시아 바이코누르에서 유인우주선 '소유스 MS-14'가 발사되는 모습. ⓒ뉴시스
    ▲ [바이코누르=AP/뉴시스] 존 레이먼드 미국 우주사령관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미국의 위성을 표적으로 한 공격용 위성을 쏘아올렸다고 비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러시아 바이코누르에서 유인우주선 '소유스 MS-14'가 발사되는 모습. ⓒ뉴시스

    나디아 섀들로 박사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신기술과 신무기체계 확산 그리고 적국의 비대칭전력 증가 등의 현상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목표를 찾아내 타격하고, 자유롭게 공해를 항해하며, 외국에 파견한 군대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큰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섀들로 박사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다자주의를 낳았고, 그 바탕에는 탈냉전시대 미국의 군사력이 독보적 우위에 있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실상 미국은 육지·바다·하늘 같은 전통적인 공간은 물론 사이버공간과 우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도 더 이상 자유롭게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군사력, 육·해·공·사이버공간서 모두 위기" 

    먼저 1990년대 이후 우주공간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점점 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군사력·정보력의 상당 부분을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에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위성요격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여러 나라들의 우주 자산도 크게 증가했다. 2014년부터는 중국, 일본, EU, 인도 등의 국가가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자산이 우주공간에서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는 범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 창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같은 위기의식에 기초한다.

    미국의 군사력은 그 자체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도하지만, 중·러는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에 따른 무기 시스템을 개발해 동아시아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전력 투사를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대함탄도미사일, 방해전파, 해커를 동원해 미국의 해군전력이 유사시 동아시아 주변해역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다. 이를 뚫기 위해 미국은 지상배치형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본 등 아시아국가와 배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낙관으로 부작용 못봐"

    섀들로 박사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기고에 따르면, 미국의 지도자들은 '디지털 혁명'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확산시킬 것이란 낙관을 가지고 있었다. 1991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정보의 시대는 곧 자유의 시대"라고 말했는가 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휴대폰과 케이블 모뎀을 타고 자유가 확산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모두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 측면만을 바라본 근시안적 사고였다는 것이다.

    섀들로 박사는 '날아다니는 컴퓨터'라고 불리는 F-35 전투기도 언제든 사이버공격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기체계가 상호 연결을 통해 기술적으로 고도로 집중되면서, 한 곳이 취약해지면 즉시 전체가 취약해질 수 있는 약점을 가지게 된 것도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의 일상생활에서도 디지털 기술은 자유와 개방성을 오히려 위협하고 권리를 제약하는 데 쓰이게 됐다.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민을 통제하고 있으며, 발전된 기술을 가진 서구 선진국 기업들은 부지불식간에 그와 같은 통제에 협조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게 섀들로 박사의 분석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안면인식·목소리 식별 기술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했고, DNA 염기서열 분석까지 활용해 14억 중국 국민을 감시하게 된 현실을 섀들로 박사는 무겁게 지적했다.
  • ▲ [올드 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올드 포지 메리어티 생산시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올드 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올드 포지 메리어티 생산시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미국에 적대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질서 바로잡으려 해"

    기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호혜적이며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란 미국의 착각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가 보기에 현 세계질서는 점점 더 미국의 가치와 국익에 적대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제일주의)' 전략은 탈냉전 후 미국의 권력을 국제기구로 이양하려는 미국 내부의 경향에 맞서 개별국가들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지,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축소하려는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타국의 주권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에 경비함정을 제공하는 것은, 중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국들을 굴종적 관계로 이끄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 섀들로 박사의 주장이다. 

    "미국과 서구 강대국이 함께 세계질서 유지하자는 것"

    미국이 방위비 부담을 늘리라고 동맹국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미국의 이기주의 또는 동맹을 약하게 할 것이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방위비 분담 압박이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다. 2024년 말까지 나토의 국방지출 누적 증가액이 4000억달러(4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섀들로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서구 강대국들이 자국의 안보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서구 주도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이 기여하라고 촉구한 것"이라며 "그게 바로 상호주의"라고 평가했다.

    "지역별 세력균형 유지·도전국의 공격 막는 게 미국의 목표"

    섀들로 박사는 차기 미국 대선에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재임 1기에 추진한 정책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기고를 통해 주문했다. 그는 "트럼프가 연임에 성공하면 전략 변화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 생산하고, 국내외에서 더 강력한 연합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체제를 결정하는 것을 미국이 대신 결정해 주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목표는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미국의 목표는 지역별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도전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