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견 인력에 백신 접종해 임상 시험… 파푸아뉴기니, 백신 맞은 중국인 입국불허
  • ▲ 중국 국영기업이 개발한 우한코로나 백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국영기업이 개발한 우한코로나 백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이 해외로 가는 정부 관계자나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임상시험도 끝나지 않은 우한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뒤 내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우한코로나 백신을 맞으려는 자국민이 별로 없자 다른 나라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푸아 뉴기니 “정보 밝히지 않는 백신 맞은 중국 근로자 입국 거부”

    태평양 섬나라 파푸아 뉴기니의 감염병 대응 책임자 데이비드 매닝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우한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는 중국 근로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다른 중국 근로자를 태운 여객기의 입항도 막았다”고 밝혔다.

    호주 CBS에 따르면, ‘라무-니코 관리’라는 중국 국영광산업체는 자사 근로자 48명에게 우한코로나 백신을 접종해서 보냈다고 파푸아 뉴기니 측에 알렸다. 파푸아 뉴기니 측은 백신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제공하지 않았다. 파푸아 뉴기니 측은 즉각 이들 48명의 입국을 막고 예방차원에서 중국 근로자를 태운 여객기를 다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 여객기에는 우한코로나 백신을 맞은 180명의 중국 근로자들이 타고 있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데이비드 매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 근로자들이 맞았다는) 백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들을 입국시켰을 경우 우리나라(파푸아 뉴기니) 국민들에게 어떤 위험이 생길지 모른다”며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해 중국 여객기의 착륙을 불허하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방역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중국 측이 백신 정보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백신을 맞은 중국인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국을 막겠다는 뜻이었다.

    중국 백신, 브라질·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캐나다서 임상시험

    파푸아 뉴기니는 우한코로나 백신을 맞은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중국산 백신으로 임상 시험을 벌이는 나라들도 있다. 중국 국영기업 ‘시노팜’과 베이징대의 ‘시노박’은 브라질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9000명, 1만5000명, 900여 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우한코로나 백신 임상 시험을 벌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함께 백신을 개발, 지난 6월부터 국영기업 직원에게 접종을 시작한 ‘칸시노’는 캐나다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중이다.
  • ▲ 경계선 너머로 주문받은 음식을 주고 받는 베이징 시민들. 중국 당국은
    ▲ 경계선 너머로 주문받은 음식을 주고 받는 베이징 시민들. 중국 당국은 "코로나 확산이 진정세라 임상시험 자원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언론들은 “최근 중국 내 코로나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자 자원자가 없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한다”는 중국 측 발표를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서방 매체와 중화권 매체의 보도 내용은 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월 중국 공산당이 국영기업에게 보낸 공문을 입수해 폭로했다. 공문에는 해외에 나가는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우한코로나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공문에는 백신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글만 있을 뿐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신문은 “공문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돼 있었지만 국영기업 직원들은 이에 압박감을 느꼈다”며 “이는 정상적인 신약 개발이 아니라 사람을 기니피그(설치류 실험용 동물)로 사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나는 실험용 동물이 아니다”라며 중국산 우한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상하이 시민의 주장을 전했다. 이 시민은 “백신 개발에 보통 몇 년이 걸리는 게 정상인데 우한코로나 백신은 몇 달 만에 만들어 냈다”며 중국산 우한코로나 백신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주장했다.

    ‘가짜 백신’ 사건으로 자국민 신뢰 못 얻는 중국 코로나 백신

    중국 국영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우한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을 하는 이유는 중국인들이 중국산 백신을 맞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자국산 백신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2018년 7월 발생한 ‘가짜 DPT 백신 사건’ 때문이다.

    DPT 백신은 면역체계를 활용해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그런데 2018년 7월 중국 영유아들이 맞은 백신 가운데 65만2000개가 불량으로 밝혀졌다. 백신을 맞은 어린이는 48만명 이상이었다. 불량백신을 만든 회사는 당시 ‘백신의 왕’으로 불리던 창성 바이오 테크놀러지였다. 창성 바이오 테크놀러지는 국영기업을 민영화한 업체였다.

    중국 공산당은 회사 경영진을 사법처리 하고 회사를 상장 폐지했지만 가짜 백신을 맞은 어린이 가운데 피해를 입은 사례는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가짜 백신으로 분노한 부모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이를 다룬 SNS 계정을 폐쇄하고 인터넷 검색도 막았다. 이 문제를 들어 공산당을 공개비판한 사람들을 어디론가 끌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국영기업이 개발한 백신은 접종하기를 꺼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