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조정 여지 있다" 발언에… 교육부 "수능 일정 변동 없다" 일단 선 그어
  • ▲ 2021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를 맞아 6월 18일 서울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모의평가에 앞서 시험지를 확인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2021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를 맞아 6월 18일 서울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모의평가에 앞서 시험지를 확인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수험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수능 연기론'이 거론되는 탓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장기화하거나 3단계로 격상할 경우 대입 일정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게 교육계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일정 변동 없이 상황 악화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교육당국이 거리 두기별 구체적 대입 관리 방안을 신속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수도권 학교방역 강화를 위한 유관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당국은 미리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 3단계에서는 등교가 불가능하며, 모든 학교가 휴업하거나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원활한 등교수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자 '수능 연기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초 올해 수능은 11월19일로 예정됐지만, 지난 4월 코로나 여파로 등교가 미뤄지면서 12월3일로 2주 연기됐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0일 "학생들이 감염의 위험이 있어 도저히 시험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능시험 (날짜가) 다시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수능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입시업계의 한 관계자도 "다음 달 초·중순까지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격상하면 모든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플랜 B를 가동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수능 100여 일 남았는데… '수능 연기론' 등장

    교육부는 일단 더 이상 수능 일정 변경은 없다는 견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상황 악화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랜 B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다. 

    유 부총리는 최근 수능 일정 조정 문제와 관련해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필요하면 플랜 B도 준비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먼저 언급하기보다 수능을 가장 안전하게 치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 일정과 관련한 엇갈린 교육당국의 견해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현재 플랜 B의 내용을 밝히지 않는 교육부의 방침 역시 현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상황에 닥쳐 급히 대안을 내놓기보다 선제대책을 미리 공개해 현장과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는 요구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고교 교사는 "대입 일정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계속 상황이 바뀌면서 많은 학생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라며 "올해 대입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코로나 패닉'에 시달린다"며 "이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책임 있는 대책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입전략을 짜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정부에서 어떤 대안이 나올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현장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미리 현장이 대비할 시간을 마련하고 대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가 입시 일정 변경 추진… 논술·면접고사 수능 이후로 연기

    입시 일정을 준비 중인 대학들도 혼선을 빚는다. 당장 다음달부터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입시 일정과 방식 변경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수능 전 논술·면접고사를 치르려던 다수의 대학은 수능 이후로 연기할 뜻을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현재 전국 70여 대학이 입시요강 변경을 신청했다. 입시요강은 매년 4월 말 확정하는데, 대학이 이를 바꾸려면 대교협에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교협은 이와 관련 "이번주 대학별 일정을 정리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의 한 관계자는 "세부적인 방식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수능일 이전으로 예정된 필기시험은 수능 이후로 미루면서 최대한 대면접촉을 줄일 계획"이라며 "다만 대면접촉이 꼭 필요한 실기고사의 경우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