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준설해주세요" 수해지역 요구에 文 침묵… 간담회서 야당 지역구 의원 배제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경남 하동집중호우 피해지역인 회계장터를 방문해 순시및 자원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경남 하동집중호우 피해지역인 회계장터를 방문해 순시및 자원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수해현장을 방문한 자리에 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의원 참석이 배제되자 한 주민이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KTX 열차에 탑승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남 하동, 전남 구례, 충남 천안지역을 차례로 방문했다.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는 대통령 방문 시 화개군수 등 지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 목적으로 천막 형태의 재해복구 통합상황실이 지어졌다. 이곳에는 경남 사천-남해-하동이 지역구인 하영제 미래통합당 의원과 이정훈 경남도의원이 참석을 위해 먼저 와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윤상기 하동군수만 참석자로 인정했다.

    60대 여성 "대통령 여기 뭐하러 오나"

    60대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은 "대통령이 여기 왜 오나. 남 얘기하러 오나. 뭐 하러 와"라며 "지역구 의원도 못 오는데 독재가 따로 있나. 이게 독재지"라고 고함치며 항의했다. 

    이정훈 도의원은 "지역구 의원이 며칠째 와서 고생하는데 간담회에 왜 못 가느냐"고 반발했다. 청와대 측에서는 "현장 인원 간소화를 위해 김경수 도지사도 뺐다"고 설명했다. 승강이는 20여 분간 이어졌다.

    시장 상인 "잠을 못 잔다" 하소연

    문 대통령과 수행원은 승강이가 끝난 시점에 화개장터에 도착해 주민과 정면으로 충돌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시장 점포들을 둘러보며 "상인들에게 누가 될까봐 그동안 오지 못했다"며 "생업이 막막해진 상태인가. 사시는 곳은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한 식당 주인이 "상인들이 잠을 못 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답 대신 손을 잡고 위로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피해현황 보고에서 '4대강사업'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준설해야 되는데 공무원들 말 안 들어줘"

    윤 군수는 "이 지역 전체가 물난리가 났는데, 제일 원인은 섬진강 하상이 너무 높아져 물을 담지 못한다"며 "그래서 제가 그동안 부처별로 이걸 준설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도 공무원들이 도대체 이야기를 안 들어준다"고 하소연했다. 윤 군수는 그러면서 "그래서 준설이 앞서야 된다"고 강조했다.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은 이명박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공정 가운데 하나로, 강물 그릇을 키워 홍수를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준설 필요성에 공감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TV를 통해 봤지만 직접 와보니 피해가 얼마나 큰지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화개장터는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다. 온 국민이 화개장터의 피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소만 나왔는데… 文 "39사단 출신" 자랑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39사단이 지원근무를 한다는 말을 듣고 "제가 39사단 출신"이라고 해 현장에서 짧은 웃음도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군 시절 경남 창원 39향토보병사단 훈련소를 거쳤을 뿐, 자대는 특전사 제1공수여단에서 복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해현장으로 이동하는 KTX 열차 내 회의실에서 "한창 피해복구작업을 하는 데 의전 문제로 장애가 되지 않을까 방문을 망설였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가는 것 자체가 격려가 될 수 있고 행정지원을 독려하는 의미도 있어 수행인원을 최소화해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에는 탁현민 의전비서관도 수행원에 포함됐다. 청와대에서는 유연상 경호처장, 강민석 대변인,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박종호 산림청장,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차관,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등이 왔고, 민간 지원기관을 대표로 허혜숙 대한적십자사 국내총괄본부장,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