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다노 창업자 지미 라이 '빈과일보' 회장 체포… 시민들, 지오다노 주식 매입하며 응원
  • ▲ 자택에서 체포돼 끌려가는 지미 라이 넥스트디지털 회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택에서 체포돼 끌려가는 지미 라이 넥스트디지털 회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 경찰을 이제는 ‘공안’이라 불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당국이 새로 창설한 경찰부대가 반공성향 언론사 사주와 우산혁명의 주역이었던 정당인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두 사람은 “외국세력과 결탁했다”는 혐의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홍콩 보안법은 ‘외세와 결탁’을 중대범죄로 간주,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지오다노 창업주이자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10일 체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지미 라이 치잉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이 자택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 소식통은 “지미 라이 회장은 외국세력과 유착, 선동적 언행, 사기 공모 등의 혐의로 체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지미 라이 체포는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1일 보안법을 시행한 홍콩 행정당국과 중국은 보안법 위반자 체포와 색출을 위해 새로운 경찰부대를 창설했다. 이 부대가 2주 전부터 보안법 위반 혐의로 반공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체포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오다노 창업한 지미 라이, 천안문사태 보고 빈과일보 창간


    1948년 12월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13살에 홍콩으로 건너왔다. 그는 월급 8달러를 받고 피혁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열심히 저축했다. 1975년에는 공장장이 됐다. 자금도 모였다. 이후 파산한 의류공장을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키운 회사가 지오다노다.

    지오다노 창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지미 라이는 1989년 6월 벌어진 천안문사태를 보고 충격받았다.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렇게 빈과일보(애플데일리)와 주간지 넥스트매거진을 창간해 중국에 맞섰다. 또 반공·반중 단체들에 자금도 지원했다.

    빈과일보는 현재 홍콩 일간지시장에서는 2위, 넥스트매거진은 홍콩 주간지시장에서 1위다. 빈과일보와 넥스트매거진은 지난해 압송법 반대시위 당시 홍콩 경찰의 과도한 폭력진압, 중국의 홍콩 행정 개입 등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중국으로서는 그가 제거 대상 0순위였다.
  • ▲ 아그네스 차우 데모시스토 상무위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그네스 차우 데모시스토 상무위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슈아 웡 옆 ‘민주파 여신’ 아그네스 차우도 체포

    지미 라이 회장이 체포된 날 오후 10시쯤 데모시스토 상무위원 아그네스 차우 팅도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됐다고 현지 매체 ‘동망’이 전했다. 외세와 결탁, 국가안보 위협 등 보안법 위반 혐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매체의 분석이었다.

    1996년생인 아그네스 차우는 2014년 7월 우산혁명 당시 조슈아 웡 옆에서 시위를 이끌었다. 이때 홍콩 시민들로부터 ‘학민여신(學民女神·학생민주화운동의 여신)’이라 불리며 상당한 인기를 얻은 민주파 인사다. 입법회 출마도 고려했지만 홍콩 당국이 자격을 박탈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해외로 망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홍콩 당국이 출국을 금지했다. 홍콩 법원이 지난해 6월21일 조슈아 웡 등과 함께 압송법에 반대하며 홍콩 경찰청사 포위시위를 벌인 것을 유죄로 판결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0일 지미 라이, 아그네스 차우를 비롯해 9명의 민주파 인사가 경찰에 체포됐다. SCMP는 “경찰은 8월10일부터 16일까지 10여 명을 추가로 체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시민들, 주식 사면서 응원... 지미 라우 회사 주가, 한때 344% 폭등 

    홍콩 경찰이 ‘중국 공안’ 같은 행태를 보이자 시민들은 지미 라우의 회사 주식을 사며 그를 응원했다. 미국과 EU는 지미 라이와 아그네스 차우 체포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에 경고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10일 빈과일보·넥스트매거진을 거느린 넥스트디지털 주가가 한때 전날 대비 344%나 폭등했다. 지미 라이 회장 등이 홍콩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으로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오전 중 17% 하락했다 오후에 344% 급등했다. 장 마감 때는 183% 하락했다. “넥스트디지털의 주가 폭등은 친민주파 개미투자자들이 지미 라이 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지미 라이 체포는 중국이 보안법을 이용해 홍콩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미 라이 체포는 보안법이 반공·반중파를 침묵시키는 구실로 이용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피터 스타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미 라이와 6명의 홍콩 민주파 인사를 체포하고, 빈과일보 사무실을 습격한 홍콩 경찰부대의 행태는 보안법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사용한다는 우려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도 “인권을 제한하는 보안법과 관련해 홍콩 당국은 법 집행을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개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