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공급대책 꺼낸지 이틀째, 시장은 혼란만… 재건축 사업장들, 일제히 "반대"
  • ▲ 국민주권행동,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국민 역차별 매국 부동산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현장. ⓒ권창회 기자
    ▲ 국민주권행동,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국민 역차별 매국 부동산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현장. ⓒ권창회 기자
    "나랏님들 하시는 일에 관심도 없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이 나온지 이틀째인 6일 오후. 서울의 한 재건축 사업장 관계자는 '수도권 부동산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정부와 협업하겠는가'라는 본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재건축 사업장과의 참여를 유도해 수도권 부동산 물량 5만호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유인책으로는 △용적률 300~500% 수준으로 완화 △층수 최대 50층으로 허용 등의 방안을 내놨다. 대신 늘어나는 물량의 50~70%를 공공임대·공공분양분으로 환수하겠다고 했다. 관계기관은 이를 포함해 수도권에 13만2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4일 발표했다.

    "참여 안한다"… 사업 당사자인 재건축 측과도 협의 안 된 '설익은' 대책 

    그러나 이 방안은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해당 지역 구청장·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대책의 당사자인 재건축 사업장까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사업장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도 정부 방안에 난색을 표했다. '공공참여형 재건축 참여 의사'를 묻는 취재진에게 "기본적으로 정부 대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답했다. 

    강남의 또 다른 재건축 사업장인 은마아파트 역시 "공공재건축을 안 한다"고 이미 밝혔다. 이재성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 대표는 6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은마(아파트) 뿐 아니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 입장에서는 참여할 요인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늘어나는 아파트를 비싸게 분양하기도 어렵다"며 "또 분양해서 수익이 난다고 해도 초과 이익 환수금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유인책도 없는데 왜 참여하나" 한목소리

    현장에서의 부정적 반응은 예견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재건축 사업장들을 상대로 내놓은 유인책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것이 이유다. 복수의 부동산 전문 정치인, 법조계 인사들은 "누구나 재건축 관계자라면 공공참여형 대책에 참여 안한다"고 지적한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은 "사업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건축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공공에 참여할 유인책이 없다"면서 "이번 공급 대책은 주택값을 잡기 위해 지난 3년간 기울인 도시재생 등 도시정책 철학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역시 "재건축조합 측이 정부의 공공주택 대책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들을 강제할 명분이나 법적 조치는 전혀 없는 데다, 재건축조합 측이 공공주택 대책에 참여할 유인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변호사도 "공공주도로 재건축을 진행하면 아파트의 질 하락, 주차와 같은 교통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불거지는 등 재건축 사업장의 참여를 이끌 유인책이 없다"며 실효성 부족을 지적했다.

    이번 부동산 공급대책에 대해 지역 구청장, 국회의원들도 반대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의 태릉 골프장,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서울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경기 과천시 정부 과천청사 일대 등에 신규 택지 3만3000호를 발굴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해당 지역 구청장과 의원들은 정부가 각 지자체에 사전에 협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현역 정치인들도 반대한다는데… 밀어붙이겠다는 巨與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5일 "서울 상암 지역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적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날 반대 의사를 표한 정청래(서울 마포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유 구청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하며 "저도 마포구청장 입장과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같은당 이소영(경기 의왕시과천시) 의원도 4일 오후 △과천시민과 논의 없이 진행된 방안이라는 점 △과천은 이미 3기 신도시 계획이 추진 중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정부 발표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은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 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분양가 상한제 이익환수제 등 정부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 "(민주당의 입장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이 국회에서의 다수 의석을 갖고 가는 기간은 최소한 4년 남았고, 그 기간 동안 정책은 전혀 변화되는 것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