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기온·폭염일수·강수량 전부 틀려… 기상청, 2012~16년 예보 적중률 46%
  • ▲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충북 충주 엄정면 비석마을 모습. ⓒ권창회 기자
    ▲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충북 충주 엄정면 비석마을 모습. ⓒ권창회 기자
    올여름 기상청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국민 불신이 커졌다. 기상청은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전망했으나 긴 장마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장마 강수량 예측에도 실패했다. 폭염 예보가 빗나간 이후 장마를 예보했으나 예보된 강수량보다 실제 강수량이 훨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기상청을 믿는 내가 바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장마 길어지면서 강수량 급증

    기상청은 지난 5월 이번 여름은 긴 장마 대신 폭염이 오랜 기간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당시 기상청은 이번 여름 평년(23.6도)보다 0.5~1.5도 높은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염일수(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도 20~25일간 이어지며 평년(9.8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길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전국에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5도로 평년 대비 2도 이상 낮게 기록됐으며, 폭염일수는 3.9일로 2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 예측도 빗나갔다. 기상청은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긴 장마의 여파로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평년 강수량은 중부 366.4mm, 남부 348.6mm, 제주 398.6mm였다. 반면, 올여름 평균강수량은 중부 398.6mm, 남부 529.4mm, 제주 562.4mm를 기록해 적게는 30mm, 많게는 180mm가량 차이가 났다.

    기상청은 또 올해 장마가 한 곳에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상과 달리 남쪽에서 북상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에서 내려온 건조하고 선선한 기단이 맞물리면서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고정돼 해당지역에 강수가 집중됐다.

    폭우 피해 눈덩이처럼 커져… 사망·실종자 26명

    기상청 예보가 빗나가면서 미처 폭우에 대비하지 못한 지역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오전 6시 기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인해 1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도 현재까지 1587명으로 집계됐다. 충북 621명, 충남 463명, 경기 408명, 강원 90명, 서울 5명 순이다. 

    농경지 피해도 엄청나다. 현재까지 6639㏊가 침수됐으며, 유실·매몰 509㏊, 낙과 44㏊ 등으로 잠정집계됐다. 공공시설 피해도 1500건 이상 발생했다. 도로·교량 936건, 하천 347건, 산사태 277건, 가로수 159건, 상하수도 84건, 철도 43건, 저수지·배수로 27건 등으로 집계됐다.

    호우가 이어지면서 도로와 철도 곳곳은 통제상태다. 서울 잠수교를 비롯해 경기·충청 등 지역에서 도로 40곳이 막혔고 충북선·중앙선·태백선·영동선·경강선·장항선 등 철도 6개 노선 역시 전체 또는 일부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수년간 '전통처럼' 이어진 기상청 오보

    문제는 기상청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 올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상청은 2000년부터 5년마다 대당 400억원짜리 수퍼컴퓨터를 새로 도입했다. 그럼에도 오보가 이어지면서 기상청을 향한 비판여론은 더 강해지는 모양새다.

    한 기후전문가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집계된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반타작도 안 되는 46% 수준"이라며 "이 기간 빗나간 강수 예보는 총 3773회였는데, 적중한 강수 예보는 3228회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라는 게 아무리 예상하기 힘들다고 해도 적중률이 46% 밖에 안 되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싶다"며 "반도 못 맞추는 기상청 예보 때문에 재난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와 통화한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강수가 (기상청) 예측보다 길어져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기술력의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 장마를 예보했을 때는 상층에서 흐르는 공기를 막는 '블러킹'이라는 기압 패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우리가 예보한 이후 이 패턴이 나타났다"며 "현재 기술력으로는 발생한 블러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예측이 가능해도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여름 폭우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특별교부세를 긴급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해당지역은 충북·충남·경기·강원도다. 지역별 이재민 수와 피해를 고려해 충북·충남·경기 3개 시·도에는 각 20억원, 강원에는 10억원 등 총 70억원을 지급한다. 특별교부세는 폭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응급복구와 이재민 구호 등에 쓰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