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중앙지법 영장판사, 압수수색 영장에 사실상 '감청 허용' 적시… "검찰 청구 제재 안 한 법원 문제"
  • ▲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불법 감청(監聽)'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해 공기계에 꽂은 후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재설정한 수사방식이 논란의 핵심이다. 별도의 감청 영장 없이 사실상 감청해 '불법 수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이 같은 수사방식이 법원과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유심을 이용한 카카오톡 우회접속의 수사방식이 영장에 적시됐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게 화근이었다. 

    결국 검찰은 절차가 복잡하고 극히 제한적인 감청 영장 발부 대신 압수수색 영장에 사실상 감청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했고, 법원은 이를 별다른 제재 없이 허가했다는 지적이다.

    김태균 판사, 사실상 '감청' 허용 영장 발부 논란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균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발부한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동훈 검사장 아이디로 기존 비밀번호를 무효화하고, 한 검사장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받아 비밀번호를 바꿔 카카오톡에 접속한다"고 적시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면서 경기도 용인시 법무연수원 한 검사장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진웅 부장검사가 자신의 허락하에 변호인에게 통화를 시도하던 한 검사장을 돌연 물리적으로 제압하면서 충돌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사팀은 이후 한 검사장의 유심카드를 다른 공기계에 꽂아 새로운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받았다.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계정에 접속, 실시간 및 과거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사팀의 이 같은 수사방식은 '감청'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애초 법원이 영장을 통해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감청'을 사실상 허용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압수수색과 동시에 카카오톡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감청) 규정에 따른다.

    감청 영장 발부, 집행 복잡해 불법 꼼수?

    문제는 감청이 테러(인질 강요) 등 중대 범죄에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 감청을 위해서는 별도의 영장을 청구해야 할 만큼 제한적이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는다 하더라도 집행조차 쉽지 않다. '수사기관이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하는 수사방식이 위법하다'는 2016년 대법원 판결 이후 카카오는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는 추세이며, 사용자의 대화 내용도 2~3일만 서버에 저장한다.
  • ▲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 간부, KBS오보 관련자, 여권인사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 간부, KBS오보 관련자, 여권인사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권창회 기자
    이렇듯 감청의 경우 영장 발부 절차가 복잡하고, 영장으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하기도 용의치 않기 때문에 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에 사실상 '감청'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청 영장 없이 '불법 감청'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은 필요하겠지만, 그런 내용대로 적시된 게 맞다면 감청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수사팀이 감청 영장 없이 압수수색 영장만으로 감청했다면 불법수사"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 카카오톡에서 유의미한 증거를 찾지 못해 바로 돌려준 것 같다"면서도 "설사 증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채택되기 힘들고 기소될 리는 만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내용의 영장 발부를 제재 없이 허가한 법원도 더 큰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계정 접속만으로 실시간 대화 확인 가능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실시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본 것이 아니라 과거 내용만 봤다면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다만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했다면 실시간 대화 내용도 동시에 확인 가능한 상태였기에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2016년 감청 논란 이후 최근 판례상 휴대전화 압수수색 자체도 극히 제한하는 추세"라며 "비밀번호를 변경해 카카오톡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영장 청구 내용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법원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대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과거 내용만 봤다면 판례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로그인 자체로 실시간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위법성 여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같은 불법 감청 논란에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유심을 이용한 우회접속 목적이 적시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유심카드를 압수한 2시간 반 동안 영장에 기재된 자료(과거 대화 내용)만 특정해 봤다"고만 해명했다.

    수사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업무방해 혐의 고발당해

    한편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3일 오전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 등 수사팀 관계자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인증번호를 받은 것은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한다"며 "감청 영장 없이 인증번호를 받아 카카오톡에 로그인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세련은 이어 "유심을 공기계에 넣은 후 인증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받고 입력한 행위는 주체가 한 검사장인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한 경우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성립한다"면서 "정보통신망을 통해 속이는 행위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한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를 기망해 타인의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