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사죄상, 사실이면 한일관계 치명적”… 외교부 “외국지도자 대한 예양 고려해야”
  • ▲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자생식물원 내 '영원한 속죄'상.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자생식물원 내 '영원한 속죄'상.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정부가 강원도의 한 민간 식물원에 있는 조형물을 두고 유감을 표시했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에는 예양(禮讓)이라는 게 있다”며 이 문제가 한일관계로 확산하는 것을 경계했다. 

    조형물을 만든 식물원장은 언론과 접촉할 때마다 “아베 총리와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내 땅에 내가 만든 조형물”이라며 해당 조형물을 철거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사건의 시작 “아베가 사죄하는 모습의 조형물이 있다”


    시작은 28일 “아베가 사죄하는 모습의 조형물이 국내 한 민간 식물원에 있다”는 한 신문의 보도였다. 조형물은 한 남성이 소녀를 향해 무릎 꿇고 엎드린 형상이다. 엎드린 모습이 마치 일본의 ‘도게자(土下座)’를 연상케 한다. ‘영원한 속죄’라는 이 조형물은 강원도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원장 김창렬)에 있다. 8월10일 개막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내 일각에서 엎드려 사죄하는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닮았다고 평했다. 이는 곧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조형물에 ‘아베 사죄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산케이·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관련 내용을 즉시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식물원 원장은 ‘속죄의 대상을 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아베 총리와 위안부 소녀상을 본떠 만들었다’고 밝혔다”고 28일 전했다. 신문은 또한 “조형물을 만든 작가는 ‘아베 총리에게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일본 “사실일 경우 한일관계에 치명적”, 외교부 “국제사회 예양 지켜야”

    조형물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스가 장관은 “(무릎 꿇은 남성이 아베 총리를 본떠 만든 것이)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런 행동은 국제관례상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 2019년 8월 광주 북구청 앞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규탄 퍼포먼스. 이 또한 '예양'을 지키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년 8월 광주 북구청 앞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규탄 퍼포먼스. 이 또한 '예양'을 지키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견해도 거듭 밝혔다. “한국 측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 2015년 12월 양국 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거듭 강력히 요구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스가 장관은 강조했다.

    외교부도 같은 날 견해를 내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에는 예양이라는 게 있다”며 “어느 나라든 외국 지도자에 대해 국제적 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이 말한 ‘예양(禮讓·International comity·외국 지도자를 향한 존중)’이란 적대적 국가가 아닌 나라끼리 상대국 국가지도자를 예우하는 것을 말한다.

    자생식물원장 “조형물은 잘생겼다…아베 얼굴 아냐”

    언론의 추가 취재 결과, 조형물은 김창렬 자생식물원장이 직접 만들었고, 2016년 이미 설치한 것이었다. 김 원장은 “해당 조형물은 아베 총리를 본떠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 내용은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김 원장은 28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조형물의 남성은 멋지게 생겼다”며 “아베 총리를 생각하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 아닐 뿐더러 아베와도 닮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원장은 “2016년 제작했던 조형물로 개인적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조형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땅에 내가 만든 조형물”이라며 해당 조형물을 철거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김 원장은 같은 날 “여러 차례 말했던 것처럼 조형물이 아베 총리라고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며 “조형물을 철거하려면 나부터 먼저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중앙일보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일본은 하나가 돼서 우리 국민을 둘로 갈라놓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와 언론을 비판하며 “나는 그저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식물원에 왔다가 자연스럽게 조형물을 보고 우리 역사를 알고 가는 것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