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4.3특별법' 28일 '여순특별법' 연쇄 발의... 학계 "대한민국 부정, 역사 획일화" 비판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역사왜곡금지법 발의로 5·18사태와 세월호사건 등을 성역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던 더불어민주당이 4·3특별법과 여수순천사건특별법 동시 발의를 추진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치열한 논쟁이 필요한 역사를 획일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추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여순특별법을 발의한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성환 민주당 의원(서울 노원병)과 여수·순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5명이 주도해 여순특별법을 공동 발의할 예정이다. 대표발의는 소병철 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맡는다. 

    법안 발의에 참여하는 서동용 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본지와 통화에서 "20대에서 이루지 못했던 여순특별법을 21대에 마무리하기 위해 유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20대 국회에서 김성환 의원이 발의했던 여순특별법을 기반으로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위원회를 설치해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라남도 여수·순천지역에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으로 침투했던 남로당원들이 군을 포섭해 봉기를 일으켰다 유혈진압된 사건이다. 제14연대는 당시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여수에 머무르던 상태였다. 민주당이 특별법을 통해 사실상 진상규명을 통한 역사 뒤집기를 시도하려는 셈이다.

    민주당은 여순특별법 발의 전날인 오는 27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안'도 발의한다.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오영훈 민주당 의원(제주을)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 법안에는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도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의 외가가 제주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4·3사건은 경찰과 남로당 무장대가 무력충돌을 벌여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진상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의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오 의원은 "법안은 제주도에서 열렸던 공청회 당시 법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발의된다"며 "27일 오전 11시30분에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3특별법 개정안에 처벌 조항… 野 "학문·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는 이 법안에 처벌조항이 담겼다는 점이다. 지난 9일에 있었던 제주 4·3특별법 개정방향 공청회에 담긴 법안에는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시 법적 처벌을 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 법안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부인 또는 왜곡하거나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나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제37조는 "희생자 또는 유족의 개인적 또는 집단적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의 잇따르는 '역사 획일화'에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역사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건을 거대여당이 힘으로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근·현대사 교수는 "여순사건은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여수에 머물던 군대 내에 남로당이 침투해 반란을 일으켜 유혈진압된 사건"이라며 "이런 사건들을 특별법으로 인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학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논쟁에 대해 법적 처벌조항을 두고 역사 뒤집기를 시도한다면 전체주의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개탄했다. 

    통합당의 한 의원도 "4·3특별법에 처벌조항이 들어간 것은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역사 관련 법안에 자꾸 처벌조항을 넣으려고 하는데, 이것 자체가 분위기가 북한과 중국처럼 경직돼 가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거대여당이 의석 수를 이용해 역사를 법률로 획일화하려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