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피해자 위로" 입장 밝히자 청와대가 부인… 문 대통령은 계속 침묵
  •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청와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견해를 냈다가 곧바로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일부 친문인사들이 피해여성을 향해 진위를 의심하는 2차 가해적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여론이 유리하게 반전되기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靑 대변인, 박원순 피해자 위로 발언 혼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한국일보를 통해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3일 브리핑 당시에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날은 '피해자'로 바꾸었다. 

    이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줄곧 소극적 반응을 보이던 청와대의 견해에 2주 만에 기류 변화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자신의 발언을 축소했다. 

    강 대변인은 "고위공직자 성 비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입장이 최우선이라는 건 청와대의 기존 입장"이라면서도 "어쨌거나 제가 전화 취재에 응대한 것이고,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진상규명의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더 뚜렷한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자 위로 메시지는 대변인 개인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 견해 표명은 사건 2주가 지나도록 없는 상황이다.

    친문인사들 2차 가해 심각

    반면, 친문인사들은 서울시의 조사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 시장님 아이폰 비번(비밀번호)을 피해자가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피해자인 A씨 측이 박 전 시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비밀번호의 힌트를 제공해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착수할 수 있게 되자 두 사람의 관계에 의구심을 던진 것이다.

    손 전 의원은 이어 "비서 있는 분들께 묻는다"며 "비서에게 비밀번호를 알리냐? 비서가 5명이면 모두에게 알리냐"고 물었다. 박 전 시장과 A씨가 일반적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문성향 칼럼가 황교익 씨도 이날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성추행 관련한) 구체적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이 없다"며 "고소인 측의 정치적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썼다.

    친여성향 YTN 라디오 진행자 이동형 작가는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고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들의 이러한 행보는 온라인 상의 여론이 뒤바뀌도록 작용하는 모습이다. 박 전 시장 사망 직후에는 조용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최근 들어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나 페이스북 그룹 등에 모여 A씨를 향한 수위 높은 2차 가해성 발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친여성향의 페이스북 페이지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모임'에는 최근 "장례를 치르는 날 노랑머리(김재련 변호사)와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난리를 부렸다"며 "시장실에 침대가 없다는데 어디서 낮잠을 깨웠느냐. 음란문자와 속옷(증거)을 내놓으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무고로 사람을 죽였다" "조직화된 정치 이슈 부각 냄새가 난다. 공작이다" 등의 댓글 90여 개가 달렸다.

    통합당 "'권력형 은폐 사슬' 돌고 있나"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오락가락 행보가 여권의 조직적 은폐 시도 정황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권력형 은폐 사슬'이 돌고 있는 것인가"라며 "법원은 통신영장을 기각했고, 검사는 피해자와 사전면담을 거부했으며, 가해자 소속 집권여당과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문팬'(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이 사건을 정치화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