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스턴영사관, 파괴공작에 가담… 24일 16시 이후엔 남은 사람 체포" 최종 경고
  • ▲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직원들이 문서를 불태우는 모습. 미국 국무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명령한 직후 촬영된 영상이다. ⓒ미국 NBC 관련보도 영상캡쳐
    ▲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직원들이 문서를 불태우는 모습. 미국 국무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명령한 직후 촬영된 영상이다. ⓒ미국 NBC 관련보도 영상캡쳐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는 미국 정부의 명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나온 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됐다. 

    한 상원의원은 “해당 총영사관은 중국의 스파이 소굴”이라며 “시한 내에 총영사관을 폐쇄하지 않고 직원이 남아 있다면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홍콩의 미국총영사관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중국영사관이 미국 사법당국에 기소된 중국 인민해방군 범죄자를 숨겼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간다.

    미국 정부와 공화당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은 간첩망 핵심거점”

    미국은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이 자국 내에서의 스파이 활동 거점 중 하나로 간주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최근 휴스턴 중국총영사와 외교관 2명이 공항에서 중국인 여행객을 에스코트하면서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다 적발됐다”면서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은 파괴공작에 가담한 적이 있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에서 연구 성과를 훔치는 근원지”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휴스턴 총영사관을 공세적인 첩보공작의 허브로 사용한 정황이 의심되며, 폐쇄 명령은 중국 정부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도 신문에 “중국 인민해방군은 중국인유학생들을 미국 대학으로 보내는데, 휴스턴 총영사관이 그런 활동의 중심지”라고 소개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그곳(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은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스파이 거점”이라며 “외교시설이 아니라 미국에 잠입한 스파이들의 공작센터다. 진즉 폐쇄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폐쇄 명령 직후 중국총영사관서 화재… 폭스뉴스 “기밀문서 태운 것”

    미국 정부가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한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저녁에 일어난 일은 중국보다 미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22일 NBC 등은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안뜰에서 대량의 문서를 쌓아두고 불태우는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은 총영사관 인근 빌딩에 있던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찍은 것이었다. 영상에서는 문서더미가 불타는 모습이 선명하다.

    게다가 중국총영사관 측은 시민들의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휴스턴소방대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를 두고 폭스뉴스 등은 “중국 측이 총영사관 폐쇄 이후 남아 있어서는 안 되는 기밀문서들을 불태우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여기에 중국 측은 아무런 해명도 않았다.
  • ▲ 온라인에서 매우 유명한 장면. 2017년 11월 방중 당시 자금성을 둘러보는 미중 정상 내외의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온라인에서 매우 유명한 장면. 2017년 11월 방중 당시 자금성을 둘러보는 미중 정상 내외의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중국인으로 중국 잡는다” 총영사관 폐쇄 기획한 중국계 미국인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미국 정부의 조치를 두고 워싱턴타임스 등은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계 미국인을 주목했다. 1962년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1985년 미국으로 유학온 뒤 눌러앉은 위마오춘 국무장관중국정책수석고문이 주인공이다.

    신문에 따르면, 위 수석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물론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담당 차관보로부터 ‘국가적 보물’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전략을 기획한다. 이번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조치도 위 수석고문이 기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 또한 위 수석고문을 안다. 중국 선전매체 환구시보의 총편집인 후시진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왔다”며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은 가짜 학자에 불과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후시진의 비난 강도가 높다는 것은 위 수석고문이 그만큼 중국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중국 공관, 더 폐쇄할 수 있다”… 궁지 몰리는 중국 공산당

    기획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미국 국무부는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와 관련해 “미국의 지적재산과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미국은 중국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우한코로나 대응 브리핑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로 중국대사관(영사관을 잘못 말한 것)을 폐쇄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미국이 중국 공산당원과 그 가족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에 머무르는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의 비자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이 보도를 함께 생각하면, 중국 공산당은 절박한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23일 관영매체를 통해 “인민들 여론에 따르면, 우한의 미국총영사관은 폐쇄해도 타격이 크지 않으니 홍콩의 미국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에 악재는 더 있다. 좌파성향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2일 “연방수사국(FBI)이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한 중국 인민해방군 연구원 탕주안을 샌프란시스코 중국영사관이 숨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 공관에 제재를 가할 건수는 더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