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동재 '대화 녹취' 재탕 보도한 MBC, 한 기사에 '檢 소식통' 7차례 인용
  • ▲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가 검찰 소식통을 인용,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의혹을 다룬 기사를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가 검찰 소식통을 인용,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의혹을 다룬 기사를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KBS가 '한동훈(47) 검사장과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는 자사 보도가 오보(誤報)였음을 인정한 다음날, MBC가 또 다시 동일한 '대화 녹취'를 거론하며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를 의심하게 하는 유력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취지로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오보'로 귀결된 KBS 기사에 MBC가 새롭게 추가한 내용은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는 한 검사장의 말과, "취재가 어렵다는 말에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라고 했다"는 이 전 기자의 말, 그리고 '이 전 기자가 대검찰청 대변인을 찾아가 취재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내용뿐이었다.

    KBS가 이미 다 짜놓은 '기사 얼개'에 두 사람의 발언 몇 개 정도만 얹어 보도한 MBC는 "이 전 기자 측이 잘 해보라는 덕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대화의 맥락으로 보면 의혹은 여전하다"며 지난 2월 13일 있었던 두 사람 간 대화가 이 전 기자 구속에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됐다는 KBS 기사의 논지를 그대로 답습했다.

    문제는 MBC가 '단독'이라고 보도한 이 기사에, '팩트체킹'을 의미하는 '확인됐다'는 서술어가 단 한 개도 없다는 사실이다.

    기사에 "검찰이 판단·파악했다" 일곱 번 등장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기사([단독] 이 前 기자 설명 듣더니…"그런 건 해볼 만하다")를 살펴보면 유독 '검찰이 파악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검찰 수사팀이 파악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녹취록을 확보한 검찰은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등 검찰이 파악하거나 추정하고 있다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분량만 보면 '검찰 브리핑'을 정리한 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MBC는 '이 전 기자가 지난 2월초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을 찾아가 유시민을 수사하고 처벌 받도록 하는 게 취재의 목표라며 취재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내용과,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가족을 찾아다닌다는 취지로 한 검사장에게 말했다'는 내용 모두 검찰이 파악한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는 한 검사장의 말도 녹취록을 확보한 검찰에게서 들은 내용이고, "취재가 어렵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내가 수사팀에 말해 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라고 했다"는 이 전 기자의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 내용도 검찰이 확인한 것이라고 MBC는 전했다.

    이러한 대화를 "공모를 의심하게 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본다"는 견해마저 검찰발 소식으로 다룬 MBC는 "이 전 기자를 구속한 이후 두 번째로 부른 검찰이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 수사의 당위성에 힘을 싣는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법조계 "공영방송이 정파적 목적으로 정치 공작 나서"


    이 전 기자의 법률대리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20일 조선일보에 보낸 입장문에서 "MBC 보도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구도 및 표현을 토대로 한 것처럼 보인다"며 "주요 피의사실 부분과 관련 증거가 (검찰에서) 유출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KBS 보도와 MBC의 후속 보도를 두고 "이것이야말로 KBS판 검언유착 아니냐" "공영방송이 정파적 목적에 따라 정치 공작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법조계의 우려섞인 시각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같은 법조계의 견해를 전한 조선일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검찰발 보도를 무분별하게 받아쓰고 있다'고 비난해왔던 KBS과 MBC가 똑같이 검언유착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이중적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앞서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4월 "후속 보도 역시 진짜 특종. MBC 뉴스데스크는 받아쓰기 단독 안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단독] "최경환 측 신라젠에 65억 투자 전해 들어'라는 자사 기사를 본인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6월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단독으로 전하는 등 '검찰 소식통'에 기댄 보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 ▲ 박성제 MBC 사장 페이스북 캡처.
    ▲ 박성제 MBC 사장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