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가 뭐하는 곳이야" 참석자들, 박삼득 처장 꾸짖어… 지상욱 "우리도 문재인 변호사라고 하자"
  • ▲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서거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서거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아닌 '박사'로만 7차례 지칭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19일 열린 추모식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박삼득 똑바로 해"라며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박 처장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거처였던 서울 이화장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이승만 박사의 55주기를 맞았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헌신한 박사님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 처장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뒷자리에 있던 참석자들이 잘 알아들을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반 시민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한 50대 남성은 박 처장을 향해 "밥도 안 먹고 왔나? 안 들린다"고 항의했다. 시민들 가운데에서는 "소리 좀 크게 해. 이 사람아" "보훈처 사람들 왜 이렇게 목소리가 작냐"는 말이 나왔다.

    그래도 박 처장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자 시민들은 "그렇게 하려면 관둬!" "보훈처가 뭐하는 곳이야?" "들리게 해야지"라고 항의했다. 행사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추모식 진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또 다른 시민이 나서서 "조용히 합시다"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보훈처가 뭐하는 곳이야?"

    이날 추모식이 진행된 오전 11시에서 낮 12시 사이에는 이른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그쳤다. 참석인원은 행사를 주최한 보훈처가 예상한 70명보다 훨씬 많은 100여 명에 이르렀다. 내빈석에는 천막과 의자가 마련됐지만, 일반 시민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뒤로 밀려난 시민들은 젖은 땅바닥에 앉거나 선 채 추모식을 지켜봐야 했다.
  • ▲ 19일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서거 55주기 추모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이화장. ⓒ정상윤 기자
    ▲ 19일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서거 55주기 추모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이화장. ⓒ정상윤 기자
    이날 연단에 설치된 마이크에 기술적 결함은 없었다. 박 처장보다 앞서 같은 조건에서 마이크를 잡은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나 뒤이어 연단에 오른 인보길 건국이념보급회·뉴데일리 회장은 별 문제 없이 추모사를 끝냈다.

    박 처장은 추모사 도중 행사장 뒤에서 소동이 일자 이를 인식한 듯 이내 목소리를 크게 냈다. 그는 "다시 한번 박사님의 서거 55주기를 맞아 깊은 추모의 마음을 바친다"며 추모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박 처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부른 것은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부분이 전부였다. 

    박 처장의 이 같은 호칭 사용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꺼리는 현 정권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 정권은 그동안 대한민국 건국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보면서 1948년 건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했다. 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에도 "정부는 1949년 이승만 박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고 올렸다.

    지상욱 "'文변호사' 호칭 함께 쓰자"

    지상욱 통합당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보훈처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변호사라는 호칭을 함께 사용해야겠다"며 "이 전 대통령이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었다면 '이승만 씨'라고 호칭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정부를 대표해 추모식에 참석한 국가보훈처장이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칭하지 않고 다른 호칭을 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보훈처장은 더 진솔하고 더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 인보길 건국이념보급회 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서거 55주기 추모식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인 회장은 추모사 직후 저술한 서적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를 헌정했다. ⓒ정상윤 기자
    ▲ 인보길 건국이념보급회 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서거 55주기 추모식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인 회장은 추모사 직후 저술한 서적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를 헌정했다. ⓒ정상윤 기자
    한편, 박 처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인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깊은 참회가 담긴 편지를 올리는 형식의 추모사를 7분간 힘주어 낭독했다. 

    이와 관련,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유튜브 방송 '조갑제TV'에서 "인보길 회장이 아주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인 회장의 추모사 전문이다.

    "나라를 세우고, 지키고, 키우신 우리의 수호신 이승만 아버지시여! 우리의 마음과 눈을 뜨게 하소서."

    "하늘에 계신 대한민국의 아버지, 이승만 건국대통령 각하께 삼가 문안 올립니다. 55년 전 오늘 하늘에 오르사 주의 품에 안기신 아버지께서는 그동안 당신의 나라를 지켜주시며 얼마나 아프셨을지 짐작도 못하는 저희들은 부끄러운 죄책감에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아버지께서 목숨을 걸고 만들어주신 대한민국의 독립체제가 모두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정치파동 때 관철하신 자유민주주의의 꽃 대통령 직선제 헌법, 반공포로 석방으로 휴전회담을 깨면서 쟁취한 한미동맹, 이 두 가지는 미국이 아버지를 제거하려는 위험을 무릅쓰고서 혼자 힘으로 구축하신 자유민주공화국의 기둥이요, 철벽안보의 영구평화체제입니다.

    또한 잇따라 사사오입 개헌을 통하여 야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유시장경제 헌법을 만드시어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제부국 신화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세 가지는 29세 때 감옥에서 쓰신 <독립정신>에서 스스로 약속하신 아버지의 꿈을 반 세기 지난 79세에 모두 실현시킨 불굴의 신념, 경이로운 역사 창조의 기적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보시는 바와 같이 오늘날 저들은 자유민주 헌법에서 자유를 빼려 하고, 한미동맹을 깨부수려 전작권을 농단하고, 자유시장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계급독재 포퓰리즘에 감염되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찌 저들만의 반역행위라 비난만 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죄인입니다. 자유세력이라 자칭하는 저희들이 모두 공범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저들의 발호를 막기는커녕 방관하고 방조하고 어울리면서 북한 악마집단의 핵무장까지 도와주었으며, 급기야 핵무기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시여, 벌을 내려주옵소서. 역사를 빼앗기면 나라를 빼앗긴다는 말처럼 역사 강탈을 못 막으니 나라를 강탈당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이름과 태극기만 남은 자유민주공화국의 운명은 지금 집을 악당에게 내주고 문밖에서 벌벌 떠는 신세나 다름없습니다. 모든 것이 못난 저희들의 자업자득인줄 압니다.

    부끄럽사오나 여기 조그만 책 한권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바보 같은 이 늙은 몸이 뒤늦게 아버지의 거룩한 역사 창조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회복하여 아버지의 노여움을 풀어보고자 써본 책입니다. 이렇게 눈물로 용서를 빌고 있사오니 터무니없이 부족하나마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리고 반대한민국의 좌파 프레임에 결박당한 지도층과 지식인들의 마음과 눈을 뜨게 하여 주십시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선택을 받으셨던 아버지, 강대국들과 공산집단의 사면공세를 물리치고 나라를 세우고 지키고 키워주신 우리의 수호신 이승만 아버지시여, 다시 한번 이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사 그 위대한 불세출의 지혜와 능력을 역사하여 주시옵소서.

    남북한을 유린한 불의와 거짓의 무리들을 하루 빨리 멸망시키시고, 이 땅에 다시 임하소서. 당신이 만드신 하나님의 나라에 제2의 이승만을 우뚝 세우셔서, 당신이 못 다하신 꿈, 자유통일이 이루어지는 날이 앞당겨지도록 진두지휘하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