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문제 끔찍한 인권탄압, 두고 볼 수 없어"… 미국과 유사한 제재 나설 듯
  • ▲ [홍콩=AP/뉴시스]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통잉킷(23)이 6일 경찰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통잉킷은 지난 1일 도심에서 열린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 쓰인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향해 돌진한 혐의로 체포돼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에 따라 기소된 첫 번째 인물로, 홍콩 보안법 강행과 신장 위구르 인권침해를 둘러싸고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속속 제재에 나서고 있다.ⓒ뉴시스
    ▲ [홍콩=AP/뉴시스]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통잉킷(23)이 6일 경찰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통잉킷은 지난 1일 도심에서 열린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 쓰인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향해 돌진한 혐의로 체포돼 홍콩의 새 국가보안법에 따라 기소된 첫 번째 인물로, 홍콩 보안법 강행과 신장 위구르 인권침해를 둘러싸고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속속 제재에 나서고 있다.ⓒ뉴시스
    영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과 신장-위구르 인권침해와 관련해 제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각) 영-홍콩 범죄인인도조약 중단을 시사한 데 이어, 위구르 문제와 관련 "소수민족을 향한 중대하고 끔찍한(gross and egregious) 인권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중국 통신사 화웨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안 돼 또 다시 대중국 압박에 나선 것이다.

    BBC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지난 1일부터 홍콩과 범죄인인도조약 재검토를 진행한 뒤 20일(현지시각) 하원에서 세부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중단 시사… 위구르 인권문제 압박도

    캐나다와 호주는 이미 홍콩과 범죄인인도조약의 효력을 중지한 상태다. 미국과 뉴질랜드는 검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만나기 전 보수당·노동당 양당의 대중 강경파 의원들을 접견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영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영국은 신장-위구르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도 대중국 제재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브 외무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좋은(positive) 관계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지켜볼 수 없다"고 BBC에 말했다. 

    이달 초 영국 정부는 북한 강제수용소의 인권침해를 문제 삼아 수용소 관할 기관인 북한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을 제재대상에 올렸다. 또 '로힝야학살'에 개입한 미얀마 장군 2명과 관련해서도 영국 내 자산 동결과 입국금지 등 조치를 단행했다. 

    영국은 신장-위구르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인사들을 대상으로도 이와 같은 '핀셋 제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라브 장관은 다만 실제로 어떤 기관과 개인을 제재할지는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라브 장관은 "북한과 미얀마 등의 제재에서 보듯 영국은 독자적으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아무나 멋대로 제재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고도 책임성 있게 관련자를 제재하려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 역시 "중국 관리에 대한 개별적 제재는 좀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류사오밍 영국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류 대사는 19일(현지시간) BBC 시사 토크쇼인 '앤드루 마 쇼(Andrew Marr Show)'에 출연해 신장지역 인권문제와 관련해 앵커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류 대사는 이 자리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미국은 중국 관리들을 제재했고, 중국도 미국 관리들을 제재했다"며 영국이 중국 제재에 나설 경우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방송 중 마(Marr) 앵커가 신장지역 일군의 위구르인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눈을 가린 채 기차를 기다리는 영상을 보여주며 어떤 상황인지 묻자, 류 대사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죄수를 이송하지 않느냐"며 대답을 피했다. 

    류 대사는 위구르족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제 불임시술 의혹에는 "그런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모든 민족을 평등하게 대우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 기원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데다 홍콩 국가보안법까지 밀어붙이며 영·중관계가 급속히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영국과 홍콩 간 현행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홍콩에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는 사람이 영국에 있을 경우 체포할 수 있으며, 관련 장관의 승인과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점유율 35%까지 인정→2027년까지 완전 배제… 美 '화웨이 압박'에도 동참하는 영국

    한편, 영국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중국 화웨이의 영국 5G시장 점유율을 35%까지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은 이 결정을 6개월 만에 번복하고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며 "영국의 모든 통신업체는 올해 12월31일부터 화웨이 5G 장비를 구매할 수 없고, 2027년까지 모든 화웨이 장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우리는 대서양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우리의 친구 영국과 함께 안전하고 강력한 5G 생태계를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