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으로 약속했으면 약속 지켜야"… 민주당 "신뢰 문제" vs "혼자 멋있기" 찬반 갈려
  • ▲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지사의 주장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의견이 나뉘었다.

    이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장사꾼도 신뢰를 위해 손실을 감수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신뢰… 장사꾼도 신뢰 위해 손실 감수"

    이 지사는 "손해가 상당할 것이지만, 당헌·당규로 문서로까지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다"며 "(두 개의 사건이) 중대비리가 아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 엄청난 손실이고 감내하기 어렵지만 공당이 문서로 규정까지 만들어놨으면 약속을 지켜 무공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헌 96조 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돼 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성추행 관련 고소가 접수된 다음날인 지난 10일 0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지난 4월 부하 여직원을 집무실에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자진사퇴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민주당의 과실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셈이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내부의 의견은 분분하다. 민주당 비주류로 꼽히는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의 필요에 따라 고친다면 당헌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 당헌을 고치고 후보를 내자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이 지사의 주장에 동조했다.

    민주당 친문 vs 비주류 의견 엇갈려

    하지만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핵심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시기에 혼자 멋있기 운동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당과 당원들의 아픔을 먼저 보듬어야 한다. 미통당은 무상급식문제로 사퇴한 오세훈 전 시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후보를 안 냈나"라고 이 지사의 발언에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소속 김두관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당은 잘했든 못했든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 그런 식이라면 지난 대선에서 통합당은 대선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밖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서 공천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해주는 입술 서비스인지, 아니면 정말 당내 비난을 무릅쓰고 무공천 약속을 관철시켜 내려고 하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려면 친문 적폐를 청산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