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의 필요성 부족" 영장 기각…정씨, 취재진에 "대한민국 바꿔야 합니다" 호소
  • ▲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정창옥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정창옥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정창옥(57) 씨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9일 정씨를 소환해 오후 2시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약 2시간가량 진행했다.

    김진철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후 11시쯤 "구속의 상당성 및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리하게 구속수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등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와 피의자의 처나 아들이 있는 곳에 거주하여 주거가 부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56분쯤 즉결법정을 나선 정씨는 '신발을 던진 건 사전에 계획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정씨는 호송차로 돌아가던 중 마스크를 벗고 "대한민국 바꿔야 합니다. 진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법치 수호"라고 지지자들에게 외쳤다.

    정씨의 법률지원을 맡은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김태훈 변호사는 정씨가 스스로 작성한 최후발언을 취재진 앞에서 대독했다.

    "신발 투척은 퍼포먼스… 재판장님 양심은 얼마입니까?"

    이 글에서 정씨는 "만일 신발 투척 퍼포먼스 당사자가 구속된다면 그 재판부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헌법적 가치를 버린 종북좌파의 충견일 것"이라며 "재판장님께 묻겠다.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25분쯤 목과 오른쪽 팔에 깁스를 하고 마스크를 쓴 채 법원에 도착한 정씨는 '정당 활동 하는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오"라고 잘라 말했다.

    정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19분쯤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혐의(공무집행방해·건조물침입)를 받는다.

    정씨가 던진 신발은 문 대통령 수m 옆에 떨어졌다. 경찰은 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당시 현장에서 범행 이유로 "문 대통령이 가짜 평화를 외치고 경제를 망가뜨리면서 반성도 없고 국민을 치욕스럽게 만들어 (대통령도 치욕을) 직접 느껴보라고 신발을 던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북한인권단체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와 뮤지컬 극단 '긍정의 힘' 단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동안 법원 건물 앞에는 정 단장의 지지자 40여 명이 모여 정씨의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판사 퇴출'이라는 부채와 신발을 매단 낚싯대를 드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면회했다. 조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씀드렸고, 당당하게 버텨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노무현·부시는 웃어넘겨

    한편 '투척물 봉변'에 어떠한 견해도 내놓지 않은 문 대통령의 대응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낸 역대 다른 대통령의 모습과 비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02년 11월 전국농민대회 연설 중 갑자기 날아든 날계란에 얼굴을 맞고도 "달걀을 맞아 일이 풀리면 얼마든 맞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엔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계란을 한 번씩 맞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느냐"고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12월 이라크 현지에서 기자회견 중 날아드는 신발 두 짝을 피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런 일도 일어나는 것이 자유로운 사회"라고 웃어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