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5일 "민관합동조사단 구성해 조사"… 성추행·피해자 언급 없어… '이장폐천' '눈 가리고 아웅' 지적
  • ▲ 15일 입장문을 발표 중인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 ⓒ서울시 제공
    ▲ 15일 입장문을 발표 중인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진상규명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시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다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 직원'이라 지칭하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 조사단의 객관성·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 측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이 계속되자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어 오히려 서울시를 상대로 성추행 은폐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성명을 내고 여성단체·인권전문가·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조사한다면서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언급

    황 대변인은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피해 호소 직원의 신상을 보호하고 조직 내에서 신상공개 및 유포, 인식공격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공문 시행 조치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가해가 확인될 경우 징계 등을 통해 엄정대응하고 부서장도 문책하겠다"고 부연했다.

    황 대변인은 또 "피해 호소 직원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하겠다"며 "전문가의 다양한 자문을 거쳐 정신적 치료의 지원이나 정서 회복을 위한 치료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황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는 피해자라는 표현 대신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단어가 대신 자리했다. 여성단체나 피해자 측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피해자'나 '고소인'이라는 표현과는 다르다.

    이에 취재진이 '성명에 피해자라는 표현이 없다'고 지적하자 황 대변인은 "해당 직원이 아직 시에 피해를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즉, 피해자가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날 황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차단 △정신적 치료 등 지원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서울시 조직 안정화 등의 내용만 담겼을 뿐 '성추행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등 구체적 조사 방향은 거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박 전 시장 지지층을 의식해 민감한 부분을 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표현 없다" 지적에 '궁색한' 변명만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이미 여러 차례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며 직간접적으로 가해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며 "서울시가 자체 진상조사를 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무상 기밀 누설에 관해서도 서울시청에서 누군가 연락을 받은 정황이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진상조사의 주체가 되면 안 된다"며 "이미 사건 묵인과 은폐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서울시에 진상조사를 맡기면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외부전문가가 참여한다는데, 경찰도 검찰도 아닌 조사단에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수사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사를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메신저 대화 내역이나 통화 내역은 개인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제공을 거부하면 강제수사권이 없는 조사단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의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아픔보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수사가 되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