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방침… '화성 연쇄살인' 등 관심사건은 공소권 없어도 수사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놓고 공소(公訴)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는 의견과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수사기관은 일반적으로 피의자 사망 등으로 공소권이 사라진 경우 수사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다. 

    다만 공소권이 없다고 해서 수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이춘재 수사처럼 사회적 관심을 받는 사건의 경우 공소권이 없더라도 수사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피해자가 사망한 피의자의 유족이나 국가를 상대로 민사재판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14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시장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검찰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수사받던 피의자의 사망 등으로 인해 공소권이 사라진 경우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했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대표적 사례는 박 시장의 경우 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종결된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노회찬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성완종 전 의원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사건, 해킹 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한 국정원 직원 마티즈 사건 등이다.

    野 "성추행 의혹 수사 계속… 직무감독 책임 밝혀야"

    야권에서는 처벌과 무관하게 진상규명을 위해 '박원순 성추행'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장이 당사자인 사건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사건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4년간 서울시장비서실을 거쳐간 이들, 젠더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소권이 없더라도 수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이유는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수사부터 기소와 재판,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의지를 갖고 수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보다 국민적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에 실익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도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이 없는 상태에서 재수사가 이뤄져 진실이 밝혀진 사례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버닝썬 사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공소권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수사 상황 유출이라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상황인 만큼 이와 연루된 청와대와 서울시 관계자 등이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13일 "서울시장한테는 수사 시작도 전에 증거를 인멸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경찰과 청와대 등을 통해 박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소장의 주장대로 관계자들이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그에게 알렸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피의자 사망에도 '민사소송' 가능… 국가 상대 손배소송도

    형사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피해자는 사망한 피의자의 유족 등을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대신 청구할 수 있다. 

    민법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 형제자매, 사촌 이내 혈족까지 상속인의 지위를 인정한다. 독거인이 아닌 이상 유족이 모두 없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피의자가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이어진다는 말이다. 

    민법은 재판 진행 중 당사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도 상속인 등 소송대리인이 있다면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국가나 서울시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역시 가능하다. 국가배상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불법행위를 한 경우 지방자치단체도 같이 책임을 지도록 했다. 

    국내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는 2018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