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호주·대만 대중압박 동참…미국 국방부 차관보 “한국, 한반도 넘어 역내 역할 강화해야”
  • ▲ 남지나해에서 작전 중인 미해군 항공모함 강습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지나해에서 작전 중인 미해군 항공모함 강습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서둘러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그러나 미국 국방부 수뇌부가 호소하고 나섰음에도 중국 압박과 관련해 아무런 행동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군 수뇌부 “중국 압박이 최우선 과제…한국도 동참하기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수뇌부는 대중국 압박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아 10개 중점 국방목표를 제시하면서 “중국견제정책은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파트너 국가와 가진 관계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월등한 이점”이라며 “지금 장관실에서는 전 세계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짜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맹·파트너 국가와 함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라고 방송은 설명했다.

    데이비드 헬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한국도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 국제안보에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의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헬비 차관보는 “한미군사동맹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미래에는 한미(군사)협력이 한반도에서의 (대북)억지와 방어를 위한 군사적 역량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동맹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다수 한국 언론들은 헬비 차관보가 “우리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에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힌 대목만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일본·대만, 점증하는 중국 위협에 군비 증강

    한편 일본과 대만은 중국 압박과 견제를 위한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 10일 일본에 F-35 전투기 105대와 관련 부품·장비를 231억 달러(한화 27조7200억원)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 ▲ 2018년 대만 타오위안 기지에서 열린 AH-64E 아파치 가디언 부대 창설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대만 타오위안 기지에서 열린 AH-64E 아파치 가디언 부대 창설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국무부는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의 운용기간을 30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해주는 부품 6억2000만 달러(7440억원) 상당을 대만에 수출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지난해 M1A2 에이브럼스 탱크 108대, FIM-92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250기, F-16V 전투기 66대를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12조8800억원이나 된다. 모두 중국 견제용이다.

    호주는 지난 1일 스콧 모리슨 총리가 직접 ‘2020 국방전략’ 개정판과 군 개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어 중심의 기존 전략을 외부세력 억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장거리 타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무기 구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10년 동안 2700억 호주달러(225조8500억원)을 국방전력 증강에 사용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미국과 호주, 일본이 지난 7일 3자 안보대화 공동성명에서 “최근 남지나해·동지나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급증하고 있어 가시적인 방위 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핵심 동맹국들과 방위협력 확대를 통해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협에 침묵하는 한국…브루스 베넷 “선택의 시간 다가와”


    이처럼 태평양의 미국 동맹국들은 중국 견제와 억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1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뒤에도 이를 규탄하는 성명이나 관련 의견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 강화에도 미온적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최근 전력 현대화를 위해 국방비를 늘린 것은 맞지만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아시아 태평양의 다른 미국 동맹국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제 생각에는 한국이 어느 시점에선가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더 큰 위협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저 같은 미국사람 눈에는 누가 위협인지 명확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중국의 군사적 활동을 허용하거나 중국에 굴복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한국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며 곧 선택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