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日과 협력' 요구하는데…소재 부품 장비 산업현장 방문해 독자노선 강조
  •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대한민국 소재 부품 장비 산업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경기도 이천시 SK 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소부장들과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대한민국 소재 부품 장비 산업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경기도 이천시 SK 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소부장들과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 소재·부품·장비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일본과 외교적 관계개선으로 양국 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이 불필요한 반일감정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 이천 SK하이닉스 방문…"日 수출규제 잘 극복"

    문 대통령은 이날 '소부장' 산업현장인 경기도 이천시의 SK하이닉스를 방문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문 대통령의 11번째 소부장 관련 공개 일정으로, 지난 4월 구미산단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불화폴리이미드 공장을 찾은 지 3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과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고,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 차질 없이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불과 1년 만에 일본에 의존하던 '불화수소가스'와 '불화폴리이미드'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불산액'을 2배 이상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해보니 되더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크다. 이 자신감이 코로나 위기 극복에서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맞춰 정부·기업 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자업계 국내 복귀 활성화' '외투기업과 국내 소부장기업 간 상생협약' 등 4개 협약도 체결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급격히 악화한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 1년을 평가하면서 "진정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경련 "수출규제 외교적 해결 노력 미흡"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일본 수출규제 1년 동안) 소재·부품분야의 일본의존도를 낮췄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는 별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면서도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양국의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3월부터 취해진 각종 출입국 제한조치로 인해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도 크게 경색되고 있어, 일본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홍배 한국동북아경제학회장도 "한일 소부장산업은 강력한 분업체제를 통해 2018년 기준 약 811억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며 "국내 소부장산업이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일본과 긴밀한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일본과 한국의 대표 반도체 소재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8%와 2.6%로 큰 차이가 없으나, 기업별 평균연구개발비는 일본이 1534억원인데 비해 한국은 13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양국 간 규모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