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역사 설명하면서 '박정희' 빼고 '김현미' 대신 넣어
  • ▲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기념비에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기념비에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에서 도로 건설을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이 빠지고 대신 현 국토부장관 이름이 새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정희 역사 지우기' 논란이 확산했다. 

    기념비는 지난 6월30일 경북 김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 세워졌다. 

    경부고속도로는 박 전 대통령 때인 1968년 2월 착공, 1970년 7월7일 완공됐다. 박 전 대통령은 1967년 4월 대통령선거 때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에 '박정희' 이름 없어   

    이번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는 2개다. 왼쪽 기념비에는 김현미 국토부장관 명의의 문장이 담겼다. 이 비문에는 "본 고속도로는 5000년 우리 역사에 유례 없는 대토목공사이며,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고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국민정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고 적혔다.

    오른쪽에는 고속도로 발주처인 건설부 관계자와 시공업체 직원 등 500여 명의 명단이 새겨졌다.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한 박 전 대통령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도로공사 "고속도로 건설 참여자 명패석에 대통령 이름 들어간 적 없다" 해명

    논란이 커지자 한국도로공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명패석 사업은) 경부선 개통 50주년을 맞아 시공 참여자의 자긍심 고취와 사기 진작을 위해 추진해 건설공사 참여자로 명단을 구성했다"며 "고속도로 건설 참여자 명패석에 대통령 성함을 등재한 사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 휘호는 기존 준공기념탑 정면에 설치돼 있다"며 "후면 별도 표석 및 기념탑 설명대에도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을 알리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 이름이 들어간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건설을 직접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정희기념재단 측 "박정희 역사 지우기 아닌가 개탄" 

    그러나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은 이번 사안이 '박정희 역사 지우기의 일환'이라고 본다. 

    재단 측 관계자는 본지에 "경부고속도로는 박 전 대통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현직 장관의 이름이야 들어갈 수 있다지만 경부고속도로 역사를 설명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안 들어간 것을 보면 '박정희 역사 지우기'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또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친 뒤 시정 요구 등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미시는 2019년 9월 '구미공단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만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때도 박 전 대통령은 동영상에 등장하지 않아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같은 해 11월 경북 구미수출산업탑 앞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50주년 기념 '선언문비' 및 '번영의 문'에도 구미산단을 조성한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