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재판장, 조국 4차 공판서 "표적수사 안 했다" 檢 호소에 웃음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표적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재판장이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만, 이 사건의 배경과 경과에 대해 수사팀(검찰)의 이야기를 믿고 살펴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일 조 전 장관의 4차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나온 검찰의 '호소문'이다.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억울하다' '소회'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조 전 장관 수사 배경과 관련해 약 5분간 장황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김미리 재판장의 첫 답변은 '웃음소리'였다. 법정에서 검찰의 이 같은 호소는 분명 이례적 일이었음에도 김 재판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변호인을 향해 "할 말 있나"라고 물었다. 

    檢, 의견서까지 제출하며 '편파재판' 우려 

    이 부장검사는 이날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지난해 8월 발령받아 가니 유재수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감찰무마 의혹 사건이 남아 있더라"라며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수사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 사건은 원래 지난해 1~3월 처음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됐는데,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올인하던 상황이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딱 봤을 때 제대로 해결 못하면 훗날 큰 뒤탈이 날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유 전 시장의 뇌물수수 의혹부터 규명해 11월께 진상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감찰무마 사건의 핵심 증인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이 상태로 정리되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라며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며 "그 과정에서 특정인을 처벌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수사 전문가로서 부끄럽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앞선 2차 공판기일에서 김 재판장이 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특감반장을 증인신문 전 진술조서 확인차 검찰에 출석하게 한 것이 적절한지를 지적한 데 따른 검찰의 의견이었다. 

    김 재판장은 지난달 19일 3차 공판기일에서도 "이 사건은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검사가 신청한 증인은 검찰 혹은 검찰수사관으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사람으로 자칫하면 진술회유로 (보일)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리 재판장, 檢 발언 직후 웃음 터뜨려 

    검찰이 의견서까지 내면서 법정에서 수사 경위를 해명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 재판장의 지적에 '억울하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동시에, '편파 재판'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런데 검찰의 이 같은 발언을 들은 김 재판장은 다소 생뚱맞은 웃음을 터뜨렸다. 직후 "변호인 측은 할 말 있나"라고 물었다. 

    김 재판장은 김칠준 변호사의 짧은 발언 후 "지난 기일에 제가 증인 관련해 말씀드린 것도 조심스럽고 삼가는 마음으로 공정한 재판에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미리 재판장의 출신배경 때문에 편파재판 논란이 있었음에도 더 노골적이 되는 것 같다"며 "당일 오전에는 조 전 장관이 '법원만 믿는다' '검찰 표적수사' 등을 거론하지 않았나.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방청객 "증인 비웃는 조국 지지자 왜 가만두나" 소동 

    이날 김 재판장의 편파재판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반 조국파'로 추정되는 한 남성 방청객이 증인을 비웃는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김 재판장이 저지하지 않자 문제를 지적하며 법정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다. 

    이 방청객은 오후 4시30분쯤 재판 휴정 시간에 피고인석에 앉은 조 전 장관에게 다가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방청객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귀하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호통쳤다. 이 방청객은 법정경위들에 의해 퇴정당했다.  

    김 재판장은 이후 쫓겨난 방청객을 다시 불러 소동을 피운 경위를 물었다. 이 방청객은 "김태우 전 수사관이 답변할 때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비웃는 행태가 있었다"며 "김 전 수사관이 답변하는 데 위축될 수도 있어서 제지해주고 재판방해를 지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에 김 재판장은 "몰랐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앞으로 제재하겠다"면서도 "휴정시간에 소송관계인에게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위해가 발생하면 즉각 제지하고 인적사항을 조사해 알려달라.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법정경위에게 주문했다.

    김 재판장은 좌파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는 2018년 12월 공식적으로 해산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부 요직을 차지하고 정부에 우호적 판결을 지속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