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선족 가족공갈단 김모 씨 '보석' 인용… "범죄 핵심 풀어줘 수사 지장" 우려
  • 배우 주진모(46·박진태)와 하정우(42·김성훈) 등 유명 연예인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뒤 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구속기소된 '가족공갈단' 중 한 명의 여성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부장판사 김성훈)은 30일 피고인 김OO(34) 씨의 보석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부부를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다는 통례상 재판부가 '부모 봉양'과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한 피고인의 처지를 고려해 보석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범행 일체를 지시한 주범과 여타 범죄조직원들이 아직 검거되지도 않은 가운데 핵심 범인을 풀어준 것은 자칫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피고인 측으로부터 합의 원한다는 연락받은 적 없어"


    앞서 김씨는 지난달 21일 열린 공판에서 "여동생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며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시어머니가 거동이 힘들고 아들이 방치된 점 등을 감안해달라"고 보석을 청구한 사유를 밝혔다.

    지난 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보석 신청에 대한 판단을 미뤘던 재판부는 지난 22일과 29일 제출된 변호인의 추가 의견서와 참고자료, 차OO 씨의 탄원서, 피고인들의 반성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김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단 부부가 함께 구속됐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이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원하고 있는 만큼 결심공판 전까지 합의할 기회를 주기 위해 김씨를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주범이 잡히지 않았고,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인을 쉽게 놓아준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재판부가 이날 변호인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대리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재판부로부터 '현재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원하는 상황'이라며 '피해 당사자가 이들과 합의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니 확인 후 회신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앞선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합의를 하려고 시도 중인데 검찰로부터 연락처를 받지 못해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진지하게 합의를 위해 노력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우리에게 연락하면 될 텐데 아직까지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부터 합의를 원한다는 연락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과연 피고인들에게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주범 '고호' 잡기 위해 '범죄인 인도 청구' 진행


    피고인들은 김씨 자매와 남편(박OO·문OO)들로 구성된 조선족 출신 가족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모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 속 개인정보를 클라우드 계정 해킹으로 빼내 협박한 후 총 6억1000만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김씨 등에게 협박당해 돈을 건넨 연예인은 총 5명으로, 하정우와 주진모는 돈을 보내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김씨 자매는 피해자들의 음란행위를 녹화한 뒤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몸캠피싱'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러나 연예인 중에선 '몸캠피싱'에 당한 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갈취한 금품을 가상화폐로 세탁해 중국 소재 금융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피고인들에게 범행 일체를 지시한 주범은 일명 '고호'로 알려진 해커다. '고호'는 지난해 12월 하정우에게 자신을 블랙해커의 일원으로 소개한 뒤 한 달 간 협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중국으로 도피한 '고호'와 여타 범죄조직원들을 잡기 위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