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관련 경비대책' 경찰 내부문건 논란… '김여정 하명' 직후 작성
  • ▲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22일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서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북전단 풍선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시스
    ▲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22일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서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북전단 풍선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시스
    경찰이 단계별 조치사항이 포함된 국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 대책을 세운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대책이 적힌 문건에는 대북전단 살포가 "헌법상 기본권과 상충한다"면서도 "어떤 경우라도 재제 및 차단이 최선"이라며 단속 가능한 관계법령을 총동원해 막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미래통합당 정진석의원실이 입수한 '대북전단 살포 관련 경비대책'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일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봉쇄하고 살포 발견 시 물리력을 행사해 제지하는 계획을 세웠다.

    접경지역 경찰서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대북전단 살포 저지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원칙(자유)에 상충한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만을 이유로 제지할 근거는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럼에도 탈북민단체 등이 전단 살포를 강행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 따라 차단하라는 지침을 세웠다.

    3단계 조치사항 제시…물리력 사용한 저지도 포함

    이 문건에는 3개의 단계별 조치사항이 제시됐다. 1단계는 대북전단 살포행위 발견 시 설득에 나서고, 강행 시 유형력(물리력)을 사용해 막도록 했다. 그러면서 "가스차량 등 물품의 사용을 제지하거나 손을 붙잡는 정도의 가벼운 물리력은 필요한 조치를 한 것에 해당"이라고 설명했다.

    2단계는 대북전단을 고압가스나 초경량 비행장치(드론)로 날릴 경우 철저한 단속으로 사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3단계는 마찰 발생 시 조치사항으로 ▲신속대응팀 및 기동대 활용해 완충지대 형성 ▲불법행위 현장 채증활동 강화로 사법처리 대비 ▲경찰 폭행 시 현행범 체포로 현장검거 등이 포함됐다.

    상황실·형사팀·경비팀·정보팀 등 6개 조직 편성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기 위해 기능별 주요 임무를 나눈 6개의 조직을 편성해 대응하는 방안도 세웠다. 먼저 상황실은 대북전단 살포 발생 시 무전을 통해 신속대응팀(경비·정보·보안·강력·지역경찰)과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대응대책을 전파한다.

    지역경찰은 전단 살포 예상 장소 인근의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수사팀은 채증요원을 배치한다. 형사팀은 검거, 경비팀은 공개 행사장 인근 차단 및 돌발상황에 대비한다. 특히 정보팀은 일반 및 탈북단체 관련 정보활동을 강화하고 '추수조'(감시·미행 조직)도 운용한다.

    경찰은 또 이동상황 등 수시 파악, 전단 살포 예상 장소 및 진입로 차단 등 사실상 전 경찰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진석 "김여정 한마디에 경찰이 '얼차려' 할 필요 있나"

    이 대응지침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4일과, 하루 지나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8일 수립됐다. 해당 내용은 문건의 관련사항에도 포함돼 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 김여정의 한마디에 대한민국 경찰이 '얼차려' 할 필요가 있나.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 같은 경찰의 대응지침에도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전날 밤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3일 오전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서 2~3m 크기의 대북전단 살포용 비닐 풍선이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