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행위 포괄금지" 합의서에 분명히 적혀 있는데… 국방위 회의서 '현실부정 발언' 논란
  • ▲ 정경두(사진) 국방부 장관이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 정경두(사진) 국방부 장관이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문제는 통일부 소관으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9·19군사합의 파기는 아니다"라고 22일 주장했다. 정 장관은 특히 이 사안이 "통일부 소관"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2018년 체결된 9·19군사합의문에는 '남과 북은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한다'고 명시됐다. 이는 직접적인 무력 도발 외에 군사적 긴장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근원적 행위'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추가적 군사행동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정 장관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9·19합의 파기 아냐"

    정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됐다. 

    회의에 출석한 정 장관은 첫 질의자로 나선 김민기 의원이 "연락사무소 폭파가 군사행동이고 9·19군사합의를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9·19) 합의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9·19합의는 직접적으로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로, 연락사무소 관련 사항은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까지 북한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2018년 남북이 체결한 9·19군사합의는 같은 해 4월27일 판문점선언의 후속 조치다. 합의서 전문을 보면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맨 처음(1조)으로 나온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지역에 군부대를 전개할 것"이라며 군사적 긴장감을 키웠다. 또 9·19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초소들에 병력을 다시 전개하고 접경지역 부근에서의 군사훈련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2일에는 대남전단 1200만 장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나온 대남전단 위에 담배꽁초 더미를 올려놓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野 "연락사무소 폭파는 9·19합의 파기"

    군 출신의 한기호 통합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우리를 적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도 적대행위의 하나"라며 "연락사무소 폭파 행위는 당연히 9·19합의 파기로, 국방부 등 정부가 안일한 상황인식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연락사무소 폭파가) 9·19합의 항목에는 없지만 명백히 판문점선언 위반"이라며 "9·19는 판문점선언의 하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판문점선언을 위반했다는 관점에서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여러 가지 도발을 가정해 군은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 장관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통일부 소관이라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김민기 의원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우리 재산을 폭파한 군사행동인가"라고 묻자 "통일부 사안"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우리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방부 소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우리 영토나 영해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라 다소 개념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