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란 이유로 해고는 위법" 판결… "법원이 입법부 노릇, 개인 자유 후퇴" 비판도
  • ▲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1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 성 소수자(LGBTQ+) 지도자들이 주관한 '모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All Black Lives Matter)'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각종 손팻말을 들고 있다.ⓒ뉴시스
    ▲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1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 성 소수자(LGBTQ+) 지도자들이 주관한 '모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All Black Lives Matter)'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각종 손팻말을 들고 있다.ⓒ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15일(현지시각) 근로자가 동성애자 또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5년 동성 결혼이 합법이라는 판결에 이어 5년만에 다시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생물학적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64년 민권법 제7조는 '성별, 인종, 피부색, 종교, 출생국가' 등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의회는 '성'(sex)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위법으로 만들기 위해 민권법 제7조에서 넓은 의미의 용어를 사용했다"고 판시했다. 민권법 제7조에 규정된 '성'이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포괄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이어 "우리는 오늘 그와 같은 입법적 결단을 확인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단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사람을 해고하는 고용주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이 같은 결정을 채택했다.

    美 대법원 "성소수자란 이유만으로 해고는 위법"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과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은 소수(반대) 의견을 통해 "다수 의견은 입법을 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대법관은 "다수 의견은 오늘의 결정이 법조항에 대한 해석을 담은 사법적 의견 형식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기만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수 의견이 인류애와 관용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역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엄성, 배려, 공정함을 향유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법원은 '무엇이 법인가'를 말하는 데 그쳐야지 '법을 추가'해서는 안 된다"란 의견을 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반대의견을 통해 다수 의견을 비판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미국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민권법 제7조를 수정할 권한은 의회와 대통령에게 있다. 사법부는 그런 권한이 없다"란 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은 현재 민권법 제7조의 규정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고용 차별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그러한 법을 제정할지 여부는 입법부·행정부가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한 이 결정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알리토 대법관은 "이 판결이 종교의 자유·언론의 자유·개인의 사생활과 안전을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들은 이제 직장에서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종교단체는 그들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개인을 고용해야 한다. 성전환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소수의견 "법원이 입법부 노릇… 개인의 자유는 후퇴할 것"

    미국 내 보수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판결 이후 보수 기독교단체인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은 논평을 통해 "많은 선의의 여성들이 스포츠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여성전용 공간에서 혼란과 불평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원고 중 하나인 故에이미 스테판(女·59세 나이로 지난달 사망한 트랜스젠더) 씨는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던 중 여성 복장을 입고 근무하겠다고 요구했다가 고용인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 고용인은 故스테판 씨가 그의 '생물학적 성'에 맞는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장례식장이란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고용인의 경영권을 배려하지 않은 판결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법원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나도 그 결정을 읽었고, 몇몇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하지만 그들(대법원)은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그 결정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자 지명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