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11일 증인신문 종료 후 12일 진술 바꿔 '위증죄' 적용 가능… 정경심 측 '꼬리 자르기' 전략일 듯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8) 씨가 횡령 등 혐의의 공범인 정경심(58) 씨와 관련한 법정증언을 번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씨는 11일 정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자료를 정씨에게 줬다'는 취지로 정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재판에서는 '정씨에게 자료를 안 줬다'며 전날의 증언을 번복했다. 사실상 단독범행을 시인한 셈이다.

    게다가 조씨는 이 같은 진술 번복으로 '위증죄'까지 떠안을 상황에 처했다. 정씨 측은 조씨의 단독범행으로 몰아가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재판이 전반적으로 정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씨의 이 같은 '독박'에 자청에 "꼬리 자르기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봤다.

    조범동, 11일 신문 종료 후 12일 증언 번복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 심리로 열린 정씨의 17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은 검찰 측의 증인신문 기일이었다. 

    검찰은 이날 정씨와 조씨가 정씨의 남동생 명의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하고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억5700만원을 챙긴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 집중추궁했다.

    조씨는 "정경심 씨의 남동생 명의로 허위 컨설팅 자료를 만들어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사실이다"라며 '정씨는 1차 투자자'라는 취지로 답했다. '투자자가 아닌 대여자'라는 정씨의 주장을 뒤집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언이었다.

    그러나 다음날(12) 변호인 측 신문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조씨는 "허위 컨설팅 자료를 피고인에게 보여준 적 없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불과 하루 만에 전혀 다른 취지의 답변을 한 것이다. 

    정씨가 조씨에게 허위 컨설팅 자료를 요구한 적 없고, 조씨가 이를 교부한 적 없다면 정씨는 업무상횡령 혐의에서 벗어난다. 결국 조씨의 단독범행이 되는 셈이다.

    조씨의 진술 번복은 단독범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씨는 11일 증인신문 절차가 종료된 다음날(12일) 다른 신문기일에서 증언을 번복해 위증죄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대법 "신문 종료 후 종전 진술 번복하면 위증"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신문 종료 전에 철회 또는 시정한 경우 위증이 되지 않는다는 게 판례"라며 "통상 첫 번째 신문기일의 종료로 위증죄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조씨가 자신의 기억에 반해 허위 진술을 했을 경우 위증인데, 이튿날 바로 증언을 번복한 것으로 보아 기억에 반한 허위 진술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조씨처럼) 둘째 날 번복한 증언이 명백하게 허위 진술이라면 위증죄"라며 "또 번복한 증언이 첫째 날 증언에 대한 '자백' 형식이었다 하더라도 위증죄의 감경 또는 면죄 사유는 될 수 있으나 위증죄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의 둘째 날 증언이 거짓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면 위증죄"라며 "위증죄의 경우 보통 검찰 측 또는 제3자의 고발로 재판 중 추가 기소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증인이 1개 증인신문 절차에서 허위진술을 하고 해당 증인신문 절차가 종료됐다면 위증죄는 기수에 달한다. 그 후 증인이 다시 신문받는 과정에서 종전 진술을 철회·시정하는 것은 형의 감면 사유에 해당할 뿐이고, 위증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2010도7525)

    정경심 측 "허위 계약이라도 정씨 책임 아냐" 

    이런 가운데 정씨는 업무상횡령 혐의에서 발을 빼려는 눈치다. 정씨 측은 코링크PE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범동 씨가 허위 컨설팅 계약을 해 정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정씨는 2017년 코링크PE에 대여했던 5억원에 상응하는 이자를 받았을 뿐 '이자 처리 방법'은 전적으로 코링크PE의 몫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다.

    정씨 측 변호인은 12일 조씨에게 "대여에 대한 이자 대신 유상증자와 컨설팅료 지급하는 방식으로 하겠다 제안한 게 증인이죠" "컨설팅 관련해서 피고인이 허위로 컨설팅 자료 문제 만들 게 한 적 없죠" "허위 컨설팅 자료를 피고인에게 보여주거나 한 적 없죠"라고 연달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씨가 모두 "네"라고 하면서 결국 정씨에게 유리한 답변을 이끌어냈다.

    조씨가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데도 증언을 번복한 이유는 뭘까.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경심 측의 꼬리 자르기 전략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시절 기자회견 당시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허위 컨설팅 계약과 관련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사실을 감추려 하니 (조씨의) 말이 꼬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엉겹결에 조씨가 정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가 다시 번복했으니 정씨 측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