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진보주의자들이 사태 키웠다"… 트럼프 "무정부주의 허용 안 해" 강경대응 거듭 밝혀
  • ▲ [세인트폴=AP/뉴시스]10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미네소타주 의사당에서 경찰에 살해된 원주민들의 이름이 쓰인 미국 국기를 든 한  남성이 쓰러져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 채 시위하고 있다. 2020.06.11.
ⓒ뉴시스
    ▲ [세인트폴=AP/뉴시스]10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미네소타주 의사당에서 경찰에 살해된 원주민들의 이름이 쓰인 미국 국기를 든 한 남성이 쓰러져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 채 시위하고 있다. 2020.06.11. ⓒ뉴시스
    카즈(CHAZ, Capitol Hill Autonomous Zone). 미국 시애틀의 과격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하고 '캐피털힐자치구'를 선포했다. 스스로 줄인 말인 '카즈'라고  부른다. 이들은 시애틀 캐피털힐 지역 6개 블록에 목재 바리케이드와 무장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에서 해방된 구역(cop-free zone)'을 만들었다.

    카즈를 설치한 시위대는 500명 정도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제니 더컨 시애틀 시장에게 경찰개혁(defund)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사퇴하라고 압박한다. 

    'defund'는 미국 현지에서도 통일된 의미를 갖는 단어는 아니다. 대체로 경찰에 투입되는 예산 삭감 등 기존 경찰 운영방식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의미하는 구호로 사용된다. 

    이 자치구에 있던 경찰은 경찰서 방화 협박을 받고는 모두 철수한 상태다.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시위대는 총기로 무장했고, 상점 약탈이 일부 자행된다. 워싱턴주에서는 공개적으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합법이다.

    NYT "카즈는 인종적 정의의 고향" 극찬

    뉴욕타임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무료 식량, 표현의 자유, 경찰이 없는 삶: 시애틀의 자치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곳에서는 수백 명이 연설과 시와 음악을 들으며 경찰 없는 삶을 시험한다. 지정된 흡연구역도 있고, 의무실도 있으며, 물이나 과자를 공짜로 먹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그러면서 "텅 빈 경찰서 입구에는 '이곳은 이제 시애틀 주민의 것'이라는 배너가 걸렸다. 자치구는 인종적 정의(racial justice)를 위한 고향이 됐고, 시위대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썼다.

    그러나 폭스뉴스는 11일 카즈와 관련, 미국 주류 언론이 모두 침묵한다고 지적하며, 뉴욕타임스가 카즈를 '인종적 정의를 위한 고향'이라고 극찬한 것을 비난하는 기사를 냈다.

    대학 무상교육 요구부터 '캐피털힐인민공화국' 글귀도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들 사이에는 아직 지도부가 조직되지 않은 상태로 언제까지 자치구를 유지할 것인가를 두고 이견이 나온다. 그중에는 경찰개혁 같은 시위대의 요구를 당국이 받아들일 때까지 수주 동안은 자치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바리케이드에는 극좌성향 구호인 '캐피털힐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이라는 글귀가 적힌 것도 있다. 한 시위대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경찰이 필요 없으며, 그들이 없어도 공동체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행동과 실천을 통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 중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무관한 것도 발견된다. 무상 대학교육, 시애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시위대의 불법행위 사면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시애틀의 분리독립주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진보주의자들이 카즈를 키웠다. 카즈의 영토를 침공할지 아니면 분리독립하게 내버려둘지는 그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WSJ "카즈 키운 건 진보주의자들, 책임져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시애틀을 장악했다"며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와 제니 더칸 시애틀 시장을 향해 "당장 당신들의 도시를 되찾으라.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당신들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겠다"고 시위대 해산을 강력히 촉구했다.

    인슬리 주지사와 더칸 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더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벙커에나 들어가 있으라"고 화답했다.

    미국에서는 카즈와 같은 법질서 공백상태가 다른 도시로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시애틀의 한 라디오 방송은 "카즈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당신이 거기에서 그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말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진행자가 말했다. 이 진행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시위대에게 이 지역을 양보한 것이다. 그 함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강경대응 방침 거듭 천명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강경대응 방침을 다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더 강력하게 대처했다면 미니애폴리스와 시애틀에서 이런 참담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지역당국)이 이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다. 약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