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 70년 헌정사상 전무(全無)… 법조계, 삼권분립 위반·정치 편향성 심화 우려
  •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자신이 '사법농단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법관 탄핵은 70여 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무한 일인 데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판사들이 무죄 판결을 받는 상황에서 국회가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삼권분립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코드 인사'로 꾸준한 지적을 받아온 '김명수 사법부'의 편향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음주부터 사법농단 자료를 요청해보겠다"며 "(국민이) 180석을 밀어준 이유는 제발 사법부 좀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해달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를 국회가 정말 제대로 견제해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공언한 '법관 탄핵' 헌정사상 사례 없어

    이 의원은 지난 4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인사총괄심의관으로 근무했던 김연학 부장판사가 이 의원의 판사 재직 당시 근무평정표를 언급하며 "부정적 내용이 많다"고 증언한 직후다. 

    이 의원은 자신을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맞서다 인사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에 근무할 당시 일반적으로 근무기간이 3년인 데도 2년 만에 한직으로 발령났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4·15총선에서도 "법관 탄핵"을 꾸준히 주창했다.

    이 의원은 법관 탄핵 근거로 헌법 65조를 들었다. 이 조항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은 법관을 파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106조에 따라 신분을 보장받는다. 이는 헌법 제103조(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에 따라 법관이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헌정사상 법관이 탄핵된 사례는 없다. 1985년 일선 판사들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당시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 전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부결됐고, 신 전 대법관 탄핵안은 발의 이후 표결 시한인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폐기됐다.

    사법농단 판사, 줄줄이 무죄… 삼권분립 위배 소지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임성근 등 판사들이 잇따라 무죄판결받는 상황에서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이 의원의 주장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법농단 판사들은 줄줄이 무죄판결받았다"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고 무죄판결받은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의원들이 법관을 탄핵하는 것만이 아니라 법관들이 의원을 탄핵하는 것도 가능해야 하는 거 아닌가"고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드화로 지적받는 김명수 사법부의 편향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판사 출신의 한 법학 교수는 "외부의 겁박으로 법관의 양심이 꺾여버린다면 재판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면서 "결국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