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28일 쿠팡에 "생활방역수칙 미준수" 지적…"철밥통 공무원이나 가능, 한심하다" 비난 봇물
  • ▲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뉴시스
    ▲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뉴시스
    부천 쿠팡물류센터 관련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방역당국이 "'아프면 쉬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해 비판여론이 일었다. 생활방역수칙의 '아프면 3~4일 쉬기'라는 조항을 지키기 어려운 물류센터 직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난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28일 회의에서 쿠팡물류센터 사태와 관련 "직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거나 '아프면 쉬기' 등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물류센터발 우한코로나 사태의 원인을 생활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방역수칙… "탁상행정 결과물"

    물류센터 관계자들은 박 장관의 지적을 두고 "물류센터 내 현실을 하나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생활방역 핵심수칙에는 '아프면 3~4일 쉬기’ 등이 있지만, 물류센터의 업무특성상 이를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의 업무는 상·하차작업 등 육체노동이 잦아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 힘들고, 직원 대부분이 단기계약직 혹은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에 아프다는 이유로 갑자기 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쿠팡 D물류센터에서 근무했다는 A씨는 "물류센터 내부의 선반 진열을 맡았는데, 이 일조차 마스크를 쓰고 하다 보면 땀이 차거나 답답해 마스크를 벗게 된다"며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알지만 사실상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또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나 같은 단기 알바생이거나 하루 돈 벌러 온 일용직근로자인데, 누가 '나 아파서 쉴래요'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하루 일당이 반토막나는 건 물론이고 아예 일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발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의 97.3%가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총 3673명인데 정규직은 98명으로 2.7%에 불과했다. 나머지 3662명은 모두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이 중 일용직 근로자가 2591명으로 70.5%를 차지했고, 나머지 984명(26.8%)은 계약직 근로자였다.

    쿠팡물류센터 97.3%가 비정규직… "국민에게 책임 전가한 것"

    박 장관이 지적한 '아프면 쉬기'는 생활방역 5대 수칙 중 하나다. 지난 4월 중대본이 실시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개인·사회·구조적으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수칙으로 꼽혔다.

    구로구의 한 IT기업에 다닌다는 B씨는 "정규직 직장인도 회사에 '아파서 3~4일 쉬겠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데 무슨 생각으로 방역 수칙을 안 지켰다고 지적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직장인들이나 물류센터 직원들의 업무환경 등 현실은 알지도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C씨는 "'아프면 쉬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며 "나 같은 일반 직장인들은 휴가 결재받기 전 상사의 기분이 어떤지부터 확인하고 결재서류를 내민다. 철밥통인 공무원들과는 다르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