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대상 조선무역은행 임원·대리인…유령회사 250개로 3조 1천억원 돈세탁
  • ▲ 2017년 7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모습을 지켜보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7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모습을 지켜보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법무부가 대북제재법, 은행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인 5명을 기소했다는 사실을 28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들은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을 대신해 세계 곳곳에 비밀 지점과 250여 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최소 25억 달러(3조1000억원)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북한 조선무역은행 관계자와 대리인들 33명 기소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피의자 33명은 모두 ‘조선무역은행’ 또는 이 은행을 통해 운영돼 온 위장기업 직원들이다. ‘조선무역은행’ 행장이었던 고철만, 김성의, 부행장인 한웅, 리정남, 은행 본사 직원 조은희, 오성휘, 리명진 등이 피의자 명단에 올랐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가운데 조선무역은행 선양지점 소속인 김동철, 김진은 위장기업 ‘수머 인터내셔널 그룹’과 ‘헤드순 트레이딩’, ‘선양 브라이트 센츄리’ 등의 운영에 관련됐다.

    이들 이외에 중국 베이징, 선양, 주하이, 러시아 모스크바,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 등지에서 조선무역은행 비밀지점을 운영하거나 대리한 사람들도 기소됐다.

    이들이 어떻게 250여 개 위장기업을 이용해 25억 달러를 세탁했는지, 어떻게 미국 은행을 이용했는지 등이 기소장에 적시됐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들이 세탁한 25억 달러 대부분은 조선무역은행으로 들어갔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에 사용된 것으로 미국 법무부는 추정했다.

    ‘조선무역은행’은 2013년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에 의해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기관이다. 은행 관계자는 2017년과 2018년 대북제재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이번에 미국 법무부에 기소된 사람들 다수가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제재 위반, 돈세탁 등 범법 행위에 미국 달러 사용하면 범죄”

    미국에서는 연방수사국(FBI)이나 검찰이 벌인 수사를 토대로 일반인들로 구성된 대배심원단이 피의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의 기소를 결정하기 위한 연방 대배심은 2018년 5월 3일 구성됐다. 실제 기소는 올해 2월 5일 이뤄졌다. 즉 미국 법무부가 나중에야 기소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피의자들은 미국의 ‘긴급경제권한법(IEEPA)’, ‘대북제재법’,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법’, ‘국제돈세탁 방지법’,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돈세탁 방지법’과 ‘은행법’의 경우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위법 사항이라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설명했다. 자금 세탁과 전달에 미국 달러를 사용하고, 세탁한 자금을 송금할 때도 간접적으로 미국 금융망을 이용하면, 미국에서 기소될 수 있다는 것이 방송의 설명이었다.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인과 중국인들이 이미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체포도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체포를 못하는 것은 맞지만 기소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좁아진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나라라면 몰라도 미국 사법제도를 존중하는 다른 나라에는 이들이 더 이상 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한다.

    방송은 “미국 정부는 보통 범죄 기소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3개월이 지나서야 기소 사실을 공개한 것처럼 지금도 미국 정부가 기소를 앞뒀거나 이미 기소한 북한 관련 사건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