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민당 "구호 아닌 행동으로 보여라" 차이 총통에 촉구… 홍콩→대만 이민 문의 급증
  • ▲ [타이베이(대만)=AP/뉴시스]지난 1월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홍콩 시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뉴시스
    ▲ [타이베이(대만)=AP/뉴시스]지난 1월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홍콩 시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뉴시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가운데, 대만이 홍콩 자유화의 지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며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을 향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차이 총통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에 우려를 표시했다. 차이 총통은 "현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된 법안은 홍콩의 자유와 사법적 독립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 50년 홍콩의 자치라는 약속은 파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차이 총통의 발언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1997년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는 근거가 된 1984년 '홍콩이양협정'(영중연합성명)에 명시된 '일국양제'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차이 "홍콩 국가보안법, 홍콩 자치 약속 위반"

    차이 총통은 또 "우리는 모든 민주진영의 파트너들과 함께 홍콩 시민들 옆에 서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홍콩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힘을 쏟는 홍콩 시민들에게 대만 각계는 큰 관심과 지지를 보낸다"고 홍콩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차이 총통은 그러면서 "총알과 탄압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열망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다. 자유민주를 진정으로 정착시키고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실천해야 홍콩과 베이징 당국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4일(현지시간)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홍콩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한 것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차이 "홍콩 시민에 협조할 것"… 야당도 행동 촉구

    차이 총통은 홍콩 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홍콩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으며, 대만도 이미 닦아 놓은 기초 위에 있을 것"이라며 "관련 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완해 홍콩 시민이 필요한 협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도 홍콩 지원 약속을 실현하라고 대만 정부에 촉구했다. 조니 창 국민당 주석은 "차이 총통이 지난 1월 재선된 후 홍콩에 의미 있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창 주석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지원'이 공허한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홍콩 시민의 정치적 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회 법안 등을 언급하며 "진정한 행동으로 홍콩을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과 국제사회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일국양제’를 규정한 홍콩이양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호주·캐나다는 외무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에서 "홍콩인과 입법부 또는 사법부의 직접적 참여 없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은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원칙을 명백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콩이양협정, 홍콩 자치 보장… 덩샤오핑이 제안한 것

    홍콩이양협정에는 1997년 7월1일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되, 2047년까지 향후 50년간 홍콩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고도의 자치권을 누린다고 명시됐다. 

    일국양제는 1984년 덩샤오핑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홍콩의 번영·안정 유지가 중국의 경제 현대화에 도움이 된다"며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14년 비밀 해제된 영국 외무부의 회담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 

    한편 홍콩 국내 사정이 악화하면서 대만이 홍콩 시민의 '피난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대만 매체 타이페이타임스는 25일 대만 출입국관리청 통계를 인용, 지난해 대만 이민을 신청한 홍콩인이 5858명으로 2018년 대비 41%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월에는 홍콩 출신 이민자가 23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급증했다.

    홍콩 경제일보는 25일(현지시간) 한 홍콩 이민 컨설턴트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단 하루 만에 대만 이민 관련 문의가 10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