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선 고지' 오른 尹 "통합당, '포용성' 약해 국민 외면"… "이념보다 실용주의 정책으로 국민 공감 얻어야"
  •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윤영석 의원. 그는 21대 총선 참패의 이유를 전체적인 '판짜기' 실패라고 분석했다. ⓒ권창회 기자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윤영석 의원. 그는 21대 총선 참패의 이유를 전체적인 '판짜기' 실패라고 분석했다. ⓒ권창회 기자
    "4.15 총선 참패는 전체적 판을 짜는데 실패한 결과다."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양산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당선돼 '3선 고지'에 오른 윤영석 의원이 분석한 미래통합당의 총선 패배 이유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긴급 재난지원금 같은 '코로나 이슈'를 선점하지 못해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봤다.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 비전은 내놓지 않고, 이념·진영 싸움에만 매몰한 '프레임 전략'의 패배였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2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통합당이 실용주의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향후 통합당의 정책 비전은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보수는 '보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과의 인터뷰는 7일 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됐다.

    Q. 경남 양산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지역'으로 전국적 관심지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양산을에 공천했다면, 양산에서 모두 승리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홍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난관이 예상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홍 전 대표가 낙선했을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양산을에 출마했어도 승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홍 전 대표의 공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칙이나 명분도 없었고 자기 사람 심기 등 논란이 생길 일이 많았다."

    "전체적 '판'을 짜는 데 실패해 총선 참패했다"

    Q. 선거 문제를 계속 짚어보고자 한다. 총선 참패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총선의 전체적 판을 짜는 데 실패했다. 선거를 치르기 전,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 비전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특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긴급 재난지원금은 우리가 얼마든지 선점할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 그러다가 결국 여당과 똑같은 입장만 내놓지 않았나. 앞서 말한 공천 전략과 전반적 프레임 싸움, 그리고 정책 비전. 이런 부분에서 실패했다. 이것이 결국 총선 참패를 불러왔다."

    Q. 선거전략 부재 등을 비난하는 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얘기인데.

    "꼭 여의도연구원만을 탓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우리 당 자체가 전략 플랜 수립이나 정책 비전을 만드는 기능이 약하다고 지적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기능을 수립하는 게 여의도연구원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여의도연구원 역시 그런 기능이 현재 약하기는 하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전문적 연구인력 부족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Q. 김종인 비대위는 어떻게 생각하나.

    "4월 '3선 이상' 의원 모임에서 절차적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이 나왔다. 나도 그들 중 한명이다. 내부 혁신이나 외연 확장 등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가 일정 부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종인 비대위가 올 연말까지는 하더라도 내년 초부터는 권한을 내려놔야한다. 이때부터 우리 당원들과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전당대회도 올해 8월이 아니라 내년 초로 미뤄야 한다. 그동안 당의 체제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Q.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설파하는 '3040 기수론'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고용·국제무역·관광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식견을 갖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엔 동의한다. 다만 꼭 70년대생만이 적임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위적 지도자는 만들 수 없다."
  • ▲ 윤영석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 중에
    ▲ 윤영석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 중에 "앞으로의 보수는 지키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해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권창회 기자
    Q. 일부 보수언론 등에선 김세연 전 의원을 언급하기도 한다.

    "거듭 말하지만, 그것(지도자)은 국민 선택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누가 특정인을 인위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지지나 신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들의 지지라는 것은 일정한 시간 속에서 검증을 거친다는 의미다. 검증 결과,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는 리더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Q. 정당의 존재이유는 '정권 창출'이다. 보수진영 입장에선 정권교체를 위한 '인물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통합당의 현재 시스템으론 인물은커녕 인물 배출도 힘들다는 지적이 있는데.

    "인물들이 당내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검증 과정이 필수다. 그들이 능력이 있는지,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 등 검증 과정을 거쳐야한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는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국민 검증을 거쳐야 한다. 국민들이 정당의 새로운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방식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당원들의 이야기를 묵살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과 당원 모두의 의견을 듣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보수가 참패한 상황에서는 새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올해 연말까지는 김종인 위원장도 좋고 다른 분도 좋다. 올해 연말까지는 이런 분들과 당원들이 함께 치열한 토론을 거쳐 당의 가치·비전·철학 등 새로운 길이나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대권 후보, 당권 주자로 출마 가능한 여건 만들어줘야"

    Q. 보수의 방향을 새롭게 정비하자는 것인데, 구체적 제언이 있나.

    "보수 방향을 새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누구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교안 전 대표는 물론, 오세훈·나경원 등 낙선한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단 한명도 배제해선 안 된다. 국민과 당원들의 집단 지성이 올바른 선택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당이 모두 협력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지금 통합당은 당권 주자가 계파를 모으는 게 힘들다. 앞으로는 당권 주자가 대권 주자도 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내년 초에 지도부를 선출하고, 대권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적 절차 만들어야 한다. 당권과 대권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대권 후보도 당권 주자로 출마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Q. '선거 참패'를 이끈 황 전 대표가 등장하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닌가.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기회는 줘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당의 당원인 이상 그 어떤 사람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그동안 통합당은 계파 갈등 때문에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로 인해 잡음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다. 국민들이 이것에 많은 실망을 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원인 이상, 그 누구도 배제하지 말자는 것이다. 전당대회도 기존 방식이 아니라 심층토론을 해야 한다."

    Q. 무소속 4인방은 어떤가.

    "그분들도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것 아닌가. 받아줘야 한다. 4명 중에 누구는 받아주고 누구는 안 받아 주는 것은 안 된다. 다 받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당 대표나 대권 후보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간이 아닌 최소 2개월간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시스템 만들어 내야 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17개 시도를 다 돌며 깊이 있는 심층토론을 해야 한다."

    Q.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은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해야 한다. 집권 여당 견제 등을 위한 원내 협상력 제고를 위해 통합 대신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만들어줘 독자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원내 협상 보다 더 큰 것을 봐야 한다. 앞으로 야권의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 안철수 세력을 포함해 낙선한 분들이 있지 않나. 21대 국회에 들어오지 못한 분들까지 고려해서 전체적 정치 재편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독주하는 여권을 막기 어렵다. 다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도 어렵다고 본다. 이런 것을 고려해 더 큰 그림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 ▲ 윤영석 의원은
    ▲ 윤영석 의원은 "당권 주자도 대권 주자가될 수 있게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권창회 기자
    Q. 정권 교체를 위해 보수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당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은 이유는 포용성이 약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만 봐도 다른 계파에 대한 포용성이 상당히 약했다. 우리 당이 그동안 정권을 창출해내며 당이 안주해온 점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도 못했다. 지금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신세대'로 불리던 70년대생들이 사회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구조도 완전히 바뀌는 중이다. 다양한 계층과 산업, 세계의 흐름에 대한 개방성이 필요하다. 우리 당은 그동안 국가 채무비율, 재정건정성, 반공주의 같은 과거부터 국가를 운영하며 세워온 원칙에 지나치게 묶여 있었다. 앞으로는 국민들의 삶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필요하다. 실용주의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에게 도움된다면, 재난소득·기본소득 같은 '좌파' 복지 정책도 포용해야"

    Q.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앞으로의 보수는 지키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복지 분야 정책도 과감하게 펼쳐나가야 한다. 아동수당은 물론이고 출산수당 등 획기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 국민 기본소득은 아니다. 이건 굉장히 급진적이고 실천하기 힘든 이야기다. 북한과의 관계도 개선이 필요하다.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통일비용 등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남북간의 경제 협력이 필수다. 이런 부분들에서 너무 고정된 관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비핵화나 안보의 기본 원칙 어긋나지 않는 한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Q. 복지·교육 같은 정책에서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면 '좌파적' 방법까지 포용해야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공정이나 평등 문제를 열린 자세로 봐야한다. 지금 대한민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의 불균형,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악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자유시장경제 원리로만 해법 찾을 수 없다. 나는 대학교육까지도 무상으로 할 수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은 독일 등 서양의 선진국에서도 이미 실현되고 있다."

    Q. 통합당 내에서는 굉장히 진보적인 주장인데.

    "나는 보수주의자다. 하지만 지키기 위해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념보다는 실용을 따질 때가 왔다. 1960~80년대 산업화 시대에 보수는 상당한 성공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그때와 다르다.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보수는 변화하는 대한민국에 맞춰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선도해 나가야한다."

    Q.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전투력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현재 야당은 20대보다 훨씬 쪼그라들었다. '3선 중진' 의원으로서 21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할 예정인가.

    "나도 지난 국회에서 강력하게 싸움을 못했다는 반성을 많이 한다. 20대 국회는 탄핵 문제로 절반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후 대통령선거·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신을 못 차렸다. 마지막 1년은 장외 투쟁으로 보수 결집이 이뤄지는 분위기였지만 정책적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집권여당이 던진 공수처·선거법이 결국 다 통과됐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많이 반성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실용주의에 기반한 비전을 국민들께 열심히 알리겠다. '거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더욱 열심히 알리겠다. 지켜보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