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한국, 北 핵 보유 인정하는 건가”… 김연철, 남북 철도·방역협력 의지도
  • ▲ 김연철 통일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연철 통일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우한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북한 개별관광 등 대북협력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않는데도 대북지원을 하면 한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경고가 전해진 이튿날이었다.

    “북한과 백신-신약 개발 등 기술협력도 추진”

    김 장관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한반도평화번영포럼 초청으로 비공개 특별강연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남북관계를 잘 이끌어야 한다”며 북한 개별관광,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뉴스1 등이 전했다.

    김 장관은 또 “감염병 시대에는 세계적 공조가 중요하다”며 “(북한과) 백신·신약 개발 등 기술협력도 추진하겠다. 한국의 방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을 계기로 K-경제, K-평화로 도약하자”면서 남북 방역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김 장관의 비공개 특별강연은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으며, 초·재선 당선인들 위주로 참석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도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박 의원은 강연 전 모두발언에서 “한반도 문제가 전통적 개념의 외교·안보를 넘어 보건·환경부문을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비핵화 없는 남북협력, 핵 보유 인정으로 비칠 것"

    김 장관의 특강 전날인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음에도 한국이 남북협력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 ▲ 지난 10일 취임 3주년 기념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 취임 3주년 기념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지속적으로 남북협력을 제안했지만, 김정은은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김정은이 비핵화에 관한 협상 의지가 없는데도 남북협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협력과 북한 비핵화를 분리하는 것은 이미 문제가 있는 한미동맹 사이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하기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며 “미국은 남북교류가 비핵화 진전과 연계돼야 한다는 견해인데 문 대통령은 왜 자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려는 듯한 제안을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덧붙였다.

    “남북협력 제안, 김정은이 안 받아들일 듯”

    고든 창 변호사도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남북협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북한 비핵화가 없는) 남북협력은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통장 잔액을 늘리는 것 외에 어떤 명분도 없기 때문에 유엔 측이 제재 면제를 해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미국이야 인도주의적 남북교류는 지지하겠지만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도 추구한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랜드연구소의 수 킴 정책분석관은 “북한이 남북협력 제안을 받아들일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협력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담당 국장은 “북한은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어떤 남북협력 제안도 보류하고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비핵화 문제와 남북협력은 별개로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이는 반드시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발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 측과 조율하고 있다(The United States supports inter-Korean cooperation and coordinates with our ROK ally to ensure inter-Korean cooperation proceeds in lockstep with progress on denuclearization.)”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단독으로 남북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