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나이키 로고처럼 더디게 회복" 전망… 기대심리, IT 대기업 실적, 대안 부재 3가지 이유
  • ▲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직무대행(가운데)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계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연합뉴스
    ▲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직무대행(가운데)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계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연합뉴스
    세계경제가 우한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2021년이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도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그 이유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기가 V자형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줄어들고, 스우시(swoosh, 나이키 로고) 모양의 완만한 회복세를 예측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WSJ는 "치솟는 실업률과 몇 년 동안 계속될지 모르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여파로 내년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유럽 등 세계경제가 2019년 수준의 생산량으로 돌아가려면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 2021년 이후에나 원상태 가능"

    WSJ는 "항공업계는 오는 2022년 초까지 업황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영화관·식당·미용실 등 대인접촉이 많이 일어나는 업종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소비재 회사들은 저렴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며, 일부 기업이 고용 축소를 발표한 것도 경기 회복이 느릴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보도했다.

    WSJ는 "우한코로나가 올 가을이나 겨울쯤 재발할 가능성 또한 경기회복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독일 도이치뱅크의 분석을 인용해 "올 연말까지 미국의 생산량 및 고용감소분의 30~40% 정도만 회복될 것이며, 올해 미국경제가 7.1% 축소돼 2022년까지도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망은 비관적… 주식시장은 상승세, 왜?

    하지만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도 세계 주요국 증시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중순까지 급락하다 이후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12일 현재 기준 코로나 이전 수준인 2200선에는 못 미치는 1922포인트에 그쳤지만, 어느 정도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미국 나스닥 지수 역시 코스피와 같은 모양을 띠며 3월 중순부터 상승하는 모양새다. 니케이 지수는 일본에서 우한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던 4월 초 잠시 주춤했지만, 역시 3월 중순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다.

    WSJ는 이처럼 경기전망과 주가지수 흐름이 차이를 보이는 것과 관련한 분석도 내놨다. 지난 8일 WSJ는 주가의 안정세를 뒷받침하는 이유로 우선 'V자형 회복을 향한 기대심리'를 들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심리와, 이 같은 기대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골드만삭스는 '미국 내에서 원유 수요가 지난주부터 다시 늘었고,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와 식당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트래픽 등이 소폭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WSJ는 전했다.

    주요 IT 기업 실적 호조… 투자자들, 주식투자 말고 대안 없어

    이어 주요 대기업들이 우한코로나 확산에도 실적 호조를 보이며 주식시장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WSJ는 "주식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의 상승세는 대형 테크놀로지 회사와 같은 소수 기업의 실적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S&P 500의 20%를 차지하는 5대 대형 테크놀로지 기업(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 등)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몰 활용도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코로나 수혜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실적은 각각 29%와 17%에 이를 전망이다. 

    WSJ는 또 연방준비제도 등 미국 당국이 내놓는 경기부양책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다만 "현재 주가 추이와 실제 경기가 괴리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일종의 모험을 하는 것"이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투자자들이 주식투자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창원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한코로나가 서서히 종식되면서 세계경기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 애널리스트는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는 스텔스 같은 성격 때문에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완벽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이 바이러스는 항상 경제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최근 이태원 등지에서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며 다시 위험신호가 켜졌지만, 수출을 제외한 부문은 정상화 단계까지 왔다"며 "2분기 경기침체가 워낙 깊었지만 우한코로나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식시장도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