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중대 자처했다가 '뒤통수'… 여권 '정의당 패싱' 현실화
  • ▲ 심상정 정의당 대표.ⓒ뉴데일리
    ▲ 심상정 정의당 대표.ⓒ뉴데일리
    21대 국회 임기를 앞두고 4·15총선에서 6석을 확보한 정의당의 입지가 줄어든 모양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와 함께 당선인들 중 심상정 대표 외에는 모두 비례대표 초선으로, 지난 20대 비례대표 의원들보다 정치경력도 부족해 21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홀로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심 대표가 돌파구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 다음주 원 구성 논의…원내대표 후보로 배진교·강은미

    우선 정의당은 다음주부터 상임위원회 구성과 원내대표 선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심 대표가 겸직하지 않는 이상 초선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상대해야 하는 민주당·통합당의 원내대표들은 3선 이상의 중진급일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의당도 이를 의식한 듯 초선 중 그나마 정치경험이 있는 당선인을 원내대표로 추대할 방침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후보군이) 5명 밖에 없어 선거보다 추대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로는 인천 남동구청장 출신의 배진교 당선인, 당 부대표를 맡았던 강은미 당선자가 거론된다.

    20대 국회에서도 정의당은 4명의 초선 의원이 있었지만, 노회찬 전 의원과 심 대표가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었다. 그래서 '노심초사'(노회찬·심상정과 초선 4명)라는 별명도 붙었다. 게다가 윤소하 원내대표, 이정미 전 대표 등은 초선이지만 국회 입성 전부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었다.

    김종대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거쳤고, 여영국 의원은 경상남도 도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경험이 풍부했다. 반면 21대 국회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인들은 20대와 비교해 직업군은 다양하지만 정치경험이 없어 심 대표 '원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구 의원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비례대표인 윤소하(전남 목포)·이정미(인천 연수을)·추혜선(경기 안양동안을) 의원이 고배를 마셨고, 영남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던 여영국(경남 창원성산) 의원이 범여권 단일화에 실패하며 강기윤 통합당 후보에게 밀려났다.

    민주-통합 설전 벌이는 사이 관심 밖 정당으로

    정의당은 지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2중대'를 자처하며 공수처 설립을 관철하려던 민주당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뜻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사상 첫 교섭단체 구성을 희망하면서 총선을 치렀으나 20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6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게다가 범여권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던 중 민주당과 뜻을 달리했고,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며 독자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상정, 처리할 수 있어 아쉬운 쪽은 정의당이 됐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벌이는 설전에서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만 의견을 주고받는 등 군소정당인 정의당은 철저히 배제됐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틈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정의당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자기 분야는 명확한데 리더십이나 정치력은 부족하다"며 "심 대표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지쳤을 것이다. 심 대표 혼자 (정국을 헤쳐나가기는) 힘들어 초선 의원들이 자기 역량 이상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