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기도해준 여러분께 감사… 저보다 더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
  •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자신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자신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권창회 기자
    집회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64) 목사가 구속 56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다만 주거지에만 머물러야 하고, 시위 등에 나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등을 받는 전 목사 측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95조에 따라 전 목사에 대한 '필요적 보석'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증거인멸이나 관련자에게 해를 끼칠 염려가 없다는 판단이다.

    法 "보석 필요성 인정"… 거주지 제한 및 지인 연락 금지 등 조건부 석방

    전 목사는 이날 오후 2시44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저의 석방을 위해 기도해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재판부에서 허락하기 전까지 집회를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구속은 잘못된 것"이라며 "죄를 지었어도 중환자를 구속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목사는 "나를 여기에 집어넣고 선거를 조작하려 했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진실과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며 "저보다 더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전 목사 보석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전 목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주거지에만 머물러야 하고, 사흘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제출해야 한다. 

    변호인을 제외하고는 사건 관계자와 연락·접촉도 일절 금지된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달았다.

    전 목사의 보석 보증금은 5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2000만원만 보석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으며, 나머지 3000만원은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보석보험이란 거액의 보증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로, 보증보험회사에 소액의 보험료를 내면 발급해주는 보증서로 갈음할 수 있다.

    전 목사는 지난해 12월2일부터 지난 1월21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들을 지지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외에도 지난해 10월9일 집회에서 '대통령은 간첩', 지난 12월28일 집회에서는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는다.

    전 목사는 지난 2월24일 구속된 이후 수차례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전 목사 측 변호인은 "전 목사는 경추장애 뿐 아니라 심한 당뇨와 신장기능부전까지 앓고 있다"며 "주치의는 증상이 악화된다면 마비 등이 우려되는 상태이고, 즉시 치료받지 않으면 급사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고 보석을 요청했다. 

    이날 법원이 전 목사 측 보석 신청을 인용 결정함에 따라 전 목사는 구속 56일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