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39곳에 3852억 투입, 평균 등록금 419만→210만원… "등록금 인하, 인재양성 없는 퇴보 정책"
  •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책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박성원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책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박성원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자사고 폐지 같은 교육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립대 반값 등록금' 등 민주당이 내건 교육공약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7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교육평준화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반영한 공약을 내걸었다.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같은 '고교 서열화 해체' 작업과 고교 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입 개편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 지원을 강화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방 국립대를 지원하면서 지역 우수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국립대 반값 등록금 추진… "재정 부담, 실현 불가능 정책"

    특히 '국립대 반값 등록금'은 민주당이 대표 교육공약으로 제시한 것이어서 관심이 크다. 민주당은 현재 연간 평균 419만원인 39개 국립대의 등록금을 당장 내년부터 21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지금처럼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반값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연간 38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제 등록금 액수를 반값으로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국립대 육성 강화 예산도 올해 1500억원에서 6400억원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같은 방법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연간 지원액도 현행 520만원에서 사립대 등록금 수준인 736만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비중을 상향조정한다.

    그러나 공약 이행을 위한 민주당의 재원 조달 방안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뿐, 구체적 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가 재정상 무리가 따르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교육계가 비판하는 이유다. "고등교육 공약에서 재정 지원이 국립대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국립대 반값 등록금 같은 공약은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차원에서 나온 설익은 정책"이라며 "일단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대학들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재정상 당장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정부와 여당의 고등교육정책 지원 방안이 국립대에 너무 편중됐다"며 "국립대 발전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국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또 "우선적으로 대학을 위한 법안이 꼭 필요하다"며 "국립대와 함께 사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립대학 발전 없이 국내 대학 발전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사고 폐지 등 文정부 '교육평준화정책' 힘 받을 듯

    고교 체제의 경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문 정부의 교육평준화정책도 큰 변동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교 서열화 해체 작업을 두고도 현장의 혼란과 여야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일부에서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야당은 정반대로 특목고 폐지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고교 학점제 도입에 따른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고교 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교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이수하고, 일정 학점이 쌓이면 졸업하는 제도다. 2025년부터 모든 고교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이들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논의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대입제도 개편 논의 시기를 2020년으로 못박았다. 올해부터 2년간 고교 학점제용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국민토론 위주의 상향식 공론화 등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文정권 교육정책, 국가경쟁력 저하하는 길"

    교육계는 현 정부와 여당의 교육정책과 관련, 교육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면서 교육이 정치와 이념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구절벽에 대비해 교육과 사회의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 정부는 구태의연한 평준화 교육과 등록금 인하만 외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는 인재양성 측면에서 보면 유능한 인재를 키워낼 수 없는 퇴보 정책"이라며 "결국 국가경쟁력을 저하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현재 우리 교육은 교육의 다양화와 질 제고보다 '평둔화'(平鈍化)에 매몰돼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현 정부의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정권에 따라 입시와 고교 체제가 뒤바뀌고, 예산 지원을 무기로 대학의 운영 자율성이 침해되는 등 헌법과 교육법정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며 "21대 국회는 당파와 이념을 초월해 오직 대한민국 교육을 고민하고 올바른 교육입법으로 학교와 공교육을 바로세우는 교육국회가 돼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