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국 방역 권위자 네트워크 ‘붉은여명’… 1월부터 우한코로나 대유행 거듭 경고”
  • ▲ 미국 국립 알러지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소니 파우치 박사. '전염병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또한 '붉은 여명' 네트워크 회원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국립 알러지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소니 파우치 박사. '전염병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또한 '붉은 여명' 네트워크 회원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우한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할 수 있다”는 미국 방역전문가들의 충고를 계속 무시하다 뒤늦게 방역에 나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역 전문가 네트워크 ‘붉은 여명’

    신문은 전염병학을 전공한 의사와 의료전문가들이 모인 ‘붉은여명(Red dawn)’이라는 메일 네트워크가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도 우한코로나 대규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붉은여명'을 이끄는 사람은 국토안보부 의무책임자인 듀에인 카네바 박사다. “'붉은여명' 참여자들은 우한코로나 관련 다양한 정보와 향후 대두할 수 있는 우려를 공유하고,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며 대응책을 생각해내는 모임”이라고 카네바 박사는 설명했다.

    카네바 박사에 따르면, '붉은여명'에는 보건복지부(Health and Human Services Department)·국토안보부·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훈부·국방부를 비롯해 공공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연방정부 기관 전문가와 역학분야 권위자들이 참여한다. 심지어 미국 공공서비스부대 책임자인 연방의무총감(Surgeon General)인 제롬 애덤스 박사도 참여했다.

    지난 1월 초만 해도 '붉은여명' 전문가들은 우한코로나에 미국인이 감염될 것을 우려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한 유람선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뒤부터는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긴장했다. 이들은 2월 셋째 주부터는 우한코로나를 막아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경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때 “우한코로나의 미국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봉쇄조치를 하기에는 이미 늦었으므로, 지금부터 휴교령 등 사회적 감염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문은 '붉은여명' 참여자들끼리 나눈 80여 쪽 분량의 이메일도 공개했다. 그 중에는 “우한코로나와 같이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거나 “대규모 감염을 막기 위해 주지사나 시장이 휴교령을 내리고, 대중집회를 금지하고, 경제활동을 중단시킬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와 같이, 현재 미국에 필요한 주제들도 포함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 ▲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인 201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고위급 회의' 당시 모습. 박근혜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을 '적폐'로 모는 문재인 정부는 '보건안보'라는 개념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인 201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고위급 회의' 당시 모습. 박근혜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을 '적폐'로 모는 문재인 정부는 '보건안보'라는 개념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업중단·휴교령 등 조치 때 연방정부가 시민과 지방정부 중재해야”

    전염병의 유행으로 공포와 혼란에 빠진 시민들이 휴교령이나 영업 중단과 같은 주지사나 시장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는 연방정부가 이를 주도해야 하며, 시민과 지자체 간 중재를 맡아 지역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초순까지도 이들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증시 폭락이나 기업 도산 등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문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한코로나 대응에 미적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다 나중에는 화를 냈다고 한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 우한코로나 환자가 폭증하자 3월16일에야 뒤늦게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며 전문가들이 비판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붉은여명'이라는 이름은 1984년과 2012년 개봉한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냉전 시기 소련이 미국 본토에 공수부대를 보내 일부 마을을 점령하자 주민들이 나서서 저항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이름의 게임도 있다. 즉 '붉은여명'은 공공보건 위기를 국가안보문제로 상정해 대응해야 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붉은여명’ 전문가들은 공공보건 위기 정도에 따라 ‘붉은여명 발발(Red Dawn Breaking)’ ‘붉은여명 부상(Red Dawn Rising)’ ‘붉은여명 개판상황(Red Dawn Breaking Bad)’ 등의 별도 대화방을 갖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