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 “전시도 아닌데 귀중한 승조원 잃을 수 없다”… 승조원 4000명, 괌 호텔에 수용
  • ▲ 괌 앞바다에 정박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 함. ⓒ미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 공개사진.
    ▲ 괌 앞바다에 정박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 함. ⓒ미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 공개사진.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이 승조원 대부분을 괌 각지의 호텔에 격리할 예정이라고 국방부 기관지인 ‘성조’지가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루스벨트함에서는 최근 100명 가까운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3월25일 확진자 3명 보고…4월1일 93명으로 늘어

    성조지는 “현재 괌 앞바다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함은 이미 1000여 명을 괌에 상륙시킨 데 이어 오는 3일까지 승조원 2700여 명을, 이후 4000명 모두를 현지에 내려놓을 예정”이라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루스벨트함의 승조원은 5000여 명이다. 

    루스벨트함의 우한코로나 확진자는 1일 기준 93명이다. 86명은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 상태다. 그러나 지난 3월26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루스벨트함은 전체 승조원을 대상으로 우한코로나 검사를 진행 중이다.

    “괌 상륙 및 격리 결정은 승조원들 사이에 우한코로나가 더이상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이 조치는 해군 수뇌부에 승조원들의 비상 상륙을 요청한 루스벨트함 함장 브렛 크로지어 대령의 서한이 언론에 공개된 이튿날 결정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전쟁도 아닌데…귀중한 승조원의 목숨 지켜야”

    크로지어 함장이 해군 수뇌부에 건의한 서한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통해 공개됐다. 성조지는 이 신문이 “승조원 가운데 150~200명이 우한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익명의 루스벨트함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 ▲ 시어도어 루즈벨트 함의 과거 훈련 모습. ⓒ미해군 역사유산 사령부 공개사진.
    ▲ 시어도어 루즈벨트 함의 과거 훈련 모습. ⓒ미해군 역사유산 사령부 공개사진.
    공개된 서한에 따르면, 크로지어 함장은 “전쟁통도 아닌데 승조원을 잃을 수는 없다”며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 승조원의 대부분을 잃을 수 있다”고 상부에 건의했다.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대행과 마이클 길데이 해군작전사령관은 크로지어 함장의 의견에 동의해 그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성조지는 설명했다.

    루스벨트함 승조원, 괌 각지 호텔 등에 격리 예정

    해군 수뇌부의 승인에 따라 루스벨트함 승조원은 괌에 상륙했다. 3일까지는 전체 승조원의 절반인 2700여 명이 상륙할 예정이다.

    모들리 해군장관대행은 “일정에 따라 루스벨트함 승조원 가운데 4000여 명이 괌에 상륙, 격리될 것”이라며 “그러나 항공모함 운영을 위해 승조원은 교대로 근무하게 되며, 원자로 및 무기체계 관리를 위해 최소 1000명은 배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 덕분에 루스벨트함이 크루즈선처럼 우한코로나 진원지로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군은 현재 괌 주지사를 도와 승조원들을 2주 동안 격리할 호텔과 정부 시설을 수배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크로지어 함장의 서한이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해군 수뇌부는 처벌 가능성이 낮을 것임을 내비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모들리 해군장관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은 지휘계통을 통해 서한을 보냈다”며 “그 서한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모른다. 크로지어 함장이 일부러 언론에 유출한 것이 아니라면 그를 처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