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17세 소년' 두고 "다행"이라고 실언… 살아 있는 70대 노인, "사망했다"고 오보 내기도
  • ▲ YTN 상암 사옥 전경. ⓒ뉴데일리
    ▲ YTN 상암 사옥 전경. ⓒ뉴데일리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가 최근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를 전하면서 속보 경쟁에 치우쳐 '오보'를 남발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사내 안팎으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TV의 이윤지 아나운서는 지난 19일 '뉴스특보'를 전하면서 "대구에서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던 17세 고교생이 '다행히' 코로나19에서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초 사망한 뒤 우한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던 17세 소년이 최종 검사 결과 '음성'으로 밝혀지자 이를 '다행'이라고 언급한 것.

    미성년자가 안타깝게 숨진 사건을 두고 아나운서가 '다행'이라는 표현을 쓰자, 시청자들은 "당신 자식이 저런 억울한 죽음을 당해도 다행이라고 말하겠느냐"며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연합뉴스 TV는 해당 발언 부분을 삭제한 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앵커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연합뉴스TV로 '비난 여론' 쏠리자, 슬그머니 문제 영상 삭제

    똑같은 실수가 동종 채널인 YTN에서도 벌어졌다. 같은 날 '더뉴스'를 진행하던 강진원 앵커는 대구에서 17세 소년이 사망한 사실을 전하면서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연합뉴스TV이 해당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강 앵커는 이튿날 사과방송을 했다.

    강 앵커는 "어제 이 시각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진 17살 고등학생의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 속보를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어제에 이어 거듭 유가족께 애도를 표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YTN 관계자는 23일 "방송 이튿날 담당앵커가 사과방송까지 했지만 여론의 관심과 비판이 연합뉴스TV에만 쏠리면서 이 사실이 묻혔다"며 "그러자 YTN은 슬그머니 방송 사고를 낸 영상과 사과방송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비난의 화살이 온통 연합뉴스TV에게로 향하자 YTN은 이번 사건을 없던 일로 조용히 덮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YTN의 한 간부는 20일 오전 실국장회의에서 연합뉴스TV 아나운서의 방송 사고 건은 보고하면서도 정작 자사 아나운서인 강진원 앵커의 사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70대 노인, 쓰러져 숨졌다"고 단독 보도… 알고보니 위중한 상태

    YTN방송노동조합에서도 이번 사건을 문제 삼으며 "YTN의 최근 '오보 행진'에 참담함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낀다"고 개탄했다.

    방송노조는 23일 배포한 성명에서 "YTN은 지난 19일 17살에 갑자기 생을 마감한 한 고교생의 뉴스를 전하면서 '다행히 (코로나19)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말하는 방송 사고를 낸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섰던 70대 노인이 버럭 화를 내다가 쓰러져 숨졌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했다가 다른 매체들과 함께 망신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YTN은 이날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하는데 늦었다면서 마스크를 빨리 사게 해달라고 항의하던 이 남성은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오보였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이 심정지 상태인 김씨를 병원에 이송했다고 말한 것을 '사망 상태'로 이해한 YTN 기자가 성급히 "노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것. YTN은 보도 직후 "병원 응급실에 추후 확인 결과 김씨가 숨진 것이 아니라 위중한 상태임을 확인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분노에 차 있으니까"를 "분명한 찬스니까"로 왜곡
     
    방송노조는 이외에도 지난 2일 YTN이 돌발영상을 통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코로나19 관련 대화를 나누다 '분명한 찬스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 보도한 사실도 지적했다.

    이날 YTN은 '전쟁이지만 괜찮아?'라는 제목의 돌발영상에서 미래통합당 의원 2명이 대화를 하는 장면을 올린 뒤 "지금이 분명한 찬스니까"라는 자막을 달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지금이 찬스라는 말을 야당 의원들이 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것도 오보였다. 이날 미래통합당 의원은 "분노에 차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를 YTN 측이 잘못 알아듣고 "분명한 찬스니까"라는 왜곡된 자막을 단 것이다.

    방송노조는 "속보는 뉴스의 성질이지 결코 본질이 아니라는 진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다행'에서는 속내가, '사망'에서는 경박함이, '분명한 찬스'에서는 확증편향이 뻔해 보이는데도 반성은 전혀 없다"고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